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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서울 강동구 A교회는 토지 보상을 받아 경기 광주시로 이전해 예배당을 짓고, 노회에 가입했다. 이후 건축비 부채와 교인 감소로 많은 액수의 은행대출을 받아 힘든 상황에 처했다. 결국 교단을 탈퇴했고, 총회 유지재단을 상대로 재산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교인의 헌금과 헌물 등으로 형성된 교회재산에 대한 개교회와 교단 간 소유권 분쟁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교회재산 분쟁은 일차적으로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법원 판결에 따라 해결되고 있는 실정이다. 종교법이 우위에 서지 못하고 세속법에 의지하는 형국이다. 교회재산을 둘러싼 교단과 지교회 간 충돌, 과연 누구의 주장이 맞는 것일까.

교회재산은 교회의 고유한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재화를 통칭한다. 즉 하나님 경배를 위한 교회 등 관련 시설과 예배를 위한 비용, 목회자 및 교역자 생활비를 마련하고 선교 활동, 자선사업 등에 사용한다.

교회재산을 보유하는 방식은 주로 3가지 형태다. 먼저 교단 총회 유지재단 이름으로 교회재산을 보유할 수 있다. 다음으로 지교회 대표자인 담임목사나 교인의 대표자인 장로, 재정담당자 명의로 등기할 수 있다. 이밖에 신탁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구세군 등이 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은 교단의 결속력을 높이고 재단의 안정성을 기하기 위해 유지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유지재단의 구성은 교단마다 다르다. 감리교는 중앙총회에서 운영하는 ‘중앙집중형’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은 노회별로 조직해 운영되는 ‘지방분권형’을, 침례교는 행정과 재산을 분리하는 ‘행정분리형’을 택하고 있다. 예장합동은 총회 임원을 비롯해 일부 교회 재산만 총회 유지재단에 편입해 운영하고, 강제 편입 규정은 없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는 절반 이상의 교회를 유지재단에서 운영하고, 예장고신은 일부 교회만 유지재단에 등록돼 있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교단의 헌법(교리와 장정) 규정은 적어도 지교회와 교단 유지재단 간 재산 관계에는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대판 1973.8.2. 73다442, 73다443 판결) 지교회와 노회의 규정에 관계없이, 설사 교단으로 소유권이전 절차를 적법하게 진행했다고 하더라도 그 등기는 명의신탁 정도로 보고 있는 것이다.

유지재단은 각 교단이 교단 또는 지교회의 재산을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개신교 3대 교단 중 예장합동과 감리회는 하나의 유지재단을 설립해 통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비해 예장통합은 각 노회에서도 유지재단을 운영한다. 교회재산은 대부분 ‘증여’라는 형식을 통해 총회 유지재단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원은 구세군 교회를 제외하고 지교회 재산을 교단에 ‘증여’ 형식으로 이전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진정한 의미의 증여가 아닌 일종의 ‘명의신탁’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교회의 교인들이 3분의 2 이상 찬성(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으로 교단 탈퇴를 결의하면 이를 명의신탁 해지로 보아 유지재단은 탈퇴 교인에게 지교회의 재산을 반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교단을 이탈한 교인들은 지교회가 유지재단에 위탁한 재산에 대한 권리를 상실한다는 교단 헌법 규정은 아무런 효력이 없다.

동대문교회는 감리회 유지재단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서울시에서 교회부지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는 대가로 받은 보상 대금 200억원 중 유지재단에 180억원을, 지교회 측에 20억원을 주라고 판결했다. 당시 교회는 교인들이 재산을 형성해 유지재단에 명의신탁했다며 전액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감리회 유지재단은 미국 선교부에서 유지재단에 주어 형성된 유지재단의 재산이라고 맞섰다.



감리회는 만리동교회 중앙교회 삼청교회 천안제일교회 경주소망교회 일산오금리교회 춘천제일교회 상도교회 등과도 교회재산 관련 다툼을 했다. 감리회는 소속교회가 임의로 교회재산을 사고팔 수 없도록 유지재단 제도를 두고 있다. 소속교회는 부동산을 유지재단 앞으로 등기해야 하고, 총회 유지재단 승낙이 있어야 거래할 수 있다. 매매대금도 교회통장이 아닌 유지재단 통장에서 입출금한다.

경기 북부 B교회의 경우 장로회 총회 유지재단에 공동의회 결의와 노회 동의확인서를 제출하고 교회재산 반환 신청을 해 총회 유지재단에 등록된 토지와 건물 등을 돌려받았다. C교회는 교회를 매각하고 이전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자, 노회가 교회재산 일체를 총회 유지재단에 편입해 안정을 되찾았다. 또 다른 교회도 수십년간 토지와 건물의 지분권을 주장하는 몇몇 교인들이 분쟁을 일으키고 목회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자, 총회 유지재단에 교회재산 일체를 편입시키고 분쟁이 일단락됐다. 이런 경우는 교회재산을 지키기 위해 총회 유지재단에 편입시켜 함부로 개교회가 교회재산을 처분할 수 없었던 사례다.

미국 법원은 20세기 말 존스(Jones) 사건에서 그동안 판결의 기준으로 삼았던 ‘교단존중원칙’을 포기하고 ‘중립법리론’에 따라 판결하고 있다. 중립법리론은 교단의 입장만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교단 헌법, 주법, 교회 정관, 부동산 증서 등 여러 자료를 참고해 객관적으로 판결하는 원칙이다. 중립법리론 시대에는 지교회와 교단 간 재산 분쟁이 발생하면 교단의 입장을 존중해 판결하는 법원이 있는가 하면, 교회의 입장을 존중해 판결하는 법원도 있다.

이에 대해 교회 전문가들은 교회가 분열하고 교회재산이 나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사회 법정으로 가기 전에 먼저 교인들이 교회는 하나님께 기도하는 곳이라는 점을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독교역사문화보존회 백영찬 대표는 “보통 교단을 탈퇴한 지교회는 교단과 대립 관계에 있다. 특히 총회 유지재단이 정관 변경 절차에 협력할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지교회 재산이 유지재단의 기본재산으로 편입되면 교단을 탈퇴한 지교회가 재산을 환수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 대표는 “하지만 교단 재산을 지켜야 하는 감리교 총회 유지재단이 세금 감면, 불법 명의신탁 등을 이유로 개교회의 주장대로 신탁재산이라고 동조해 교단 패소로 판결 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말했다.

에큐메니칼연구소 황규학 연구위원은 “교단의 자율성을 중시해야 한다”며 “한국 법원이 미국 법원과 달리 교인의 지위, 목사 지위에까지 개입해 판결하는 것은 정교분리원칙에 위배되고 교단 헌법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위원은 “한국 법원이 미국 법원처럼, 단지 단체법적인 입장에서 ‘총유’라는 공동재산 형태만 의식해 민법만으로 판결하지 말고 종교단체의 특성과 정교분리의 원칙상 교단 헌법을 반영해 교인과 목사의 지위, 신탁조항 등을 참조하면 오히려 재산분쟁의 판결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명시신탁(明示信託)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명시신탁이란 신탁설정의 법정 요구조건을 충족하고 재산이 소유자로부터 수탁자에게 명시적으로 이전되는 신탁을 말한다. 황 연구위원은 “각 교단이 법원으로부터 소송상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명시신탁 조항이나 교인 지위 조항을 포함해 교단의 입장을 강화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각 교회가 빈민구호 등 공익신탁을 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도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분쟁을 방지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 법원은 교단의 관할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교단 역시 법원으로부터 관할권을 인정받기 위해 교단 헌법을 정교히 만들거나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38383&code=23111111&sid1=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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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7-20 10: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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