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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8촌 이내 금혼’ 합헌…“4촌 결혼도 무방” vs “단순히 유전학적 판단 안 돼”
  • 기사등록 2022-10-29 11: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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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데일리안 DB

헌법재판소 ⓒ데일리안 DB

헌법재판소가 27일 8촌 이내 친족끼리 결혼을 금지한 민법 조항의 경우 합헌인 반면 8촌 이내 혼인을 무효로 한다는 민법 조항의 경우 헌법불합치라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자, 법조계가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이번 헌재의 판단은 A씨와 배우자가 미국에서 결혼해 수년간 살다 귀국한 뒤 합의 이혼에 실패하자, 배우자가 두 사람이 6촌 사이임을 들어 혼인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후 A씨는 1·2심에서 혼인 무효 판결이 나자 대법원에 상고한 뒤 민법 809조 1항 등이 위헌이라며 2018년 2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A씨 측이 “8촌 이내 혈족의 혼인을 금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강조했지만, 이날 헌재는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결혼을 금지한 민법 809조 1항에 대해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으로 결정했다.


헌재는 “근친혼의 가능성은 혈족 사이에 성적 갈등·착취를 초래할 수 있다. 외국에 비해 법률혼을 금지한 혈족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지만, 국가 간 가족 관념이 상이하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2020년 변론기일 당시 법무부 측이 “국가마다 근친혼에 대한 인식이 다른 만큼 근친혼을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는 해당 공동체의 구성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입법자의 재량사항이라고 주장한 것과 유사한 판단이다.


다만 헌재는 8촌 이내 혼인이 무효 사유가 된다는 민법 조항은 헌법불합치라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8촌 이내의 혼인을 무효로 규정한 조항은 입법부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2024년 12월 31일 이후 효력을 잃게 된다.


헌법불합치는 사실상 위헌이지만 법의 공백이나 혼란을 막기 위해 법규를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유지하겠다는 결정인데, 헌재는 근친혼이어도 혼인을 무효로 한다면 ‘가족제도의 기능 유지’라는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판시했다.


법조계는 외국에 비해 근친혼 금지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의견과 단순히 유전학적으로 판단해선 안 되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김선택 고려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근친혼을 금지하는 범위가 전 세계적으로 봐도 넓다. 가족이 해체되고 시대가 변했다. 4촌이나 6촌으로 좁혀야 한다. 8촌 이내 금혼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회에서 8촌 이내의 혼인을 무효로 규정한 조항에 대해 법 개정에 나서겠지만, 혼인 자체를 취소하는 사유에 대해 따져봐야 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재윤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 판단에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사회보장수급권, 상속권 상실로 인한 가족 관계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헌재가 언급하지 않았나”며 “외국에 비해 근친혼 금지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감은 있지만, 단순히 유전학적으로 피해가 없으니 ‘괜찮다’라고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결혼을 금지한 ‘민법 809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100%다.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결혼 금지 조항과 취소 조항을 나눌 수밖에 없는데 이번에 법개정이 이뤄져도 헌법소원이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날 헌재가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결혼을 금지한 민법 809조 1항에 대해 합헌 판단을 내릴 때, 재판관 4명이 친족 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신분공시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판단했다.


박 교수는 “헌재가 현 시점에선 합헌이라고 판단했지만 사회적 관념이 변하면 누군가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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