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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적게 자면 ‘뇌 청소’ 기능 떨어져 치매 위험 커진다 - “수면의 질 불만족” 한국인 55%·세계인 37%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 ‘일주기 리듬·빛 노출법·침실-수면 조건화’ - 불면증·수면무호흡증으로 수면의 질 나빠져
  • 기사등록 2023-03-26 16: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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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수면 시간이 과거보다 늘어났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레즈메드(ResMed)'가 최근 세계 12개국 18세 이상 약 2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세계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9분이고, 한국인은 6시간54분으로 나타났다. 국내 조사(강남성심병원·서울대병원)에서도 7시간15분으로 집계됐다. 세계 의학계가 권장하는 수면 시간은 7~8시간이다. 전진선 강남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지난 15년 동안 한국인 수면 시간이 늘어났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취침 시각이 이전보다 빨라진 것이 아니라 주말에 잠을 몰아 잔 시간이 반영됐다. 출근으로 아침에 일어나는 시각을 늦출 수는 없으므로 적절한 수면 시간 확보를 위해 주중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좀 더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의 주중 취침 시각은 밤 11시45분으로 2000년대와 비교해도 큰 변화가 없다. 주말에 잠을 몰아 자는 것은 이미 수면 부족 상태이거나 수면 장애가 있는 경우다. 평일에 부족했던 잠을 주말에 몰아서 잔다고 피로가 풀리지 않으며 오히려 수면 리듬이 뒤로 밀리고 월요일에 더 피곤함을 느껴 불면증이 악화할 수 있다. 수면 시간은 짧지만 깊게 잔다는 사람이 있는데, 이도 역시 수면장애로 잠이 부족한 전형적인 경우다. 짧은 시간 깊게 잔다고 해서 수면의 질이 좋은 것이 아니다. 잠을 시간 낭비라며 하루 3~4시간만 잤다는 에디슨은 평소 짜증을 달고 살았고 가족관계도 좋지 않았다. 잠이 부족하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물질(코르티솔)의 분비가 늘어난다.

실제로 레즈메드 조사에서도 한국인의 50%는 '수면의 양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했고, 55%는 '수면의 질이 불만족스럽다'고 했다. 12개국 평균은 각각 35%와 37%다. 수면의 질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가중된 스트레스와 걱정'(60%), '잦은 전자기기 및 화면 사용'(42%), '불안과 우울감'(29%) 등을 꼽았다. 

불면증·수면무호흡증으로 수면의 질 나빠져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질환은 불면증과 수면무호흡증이다. 인구의 3분의 1이 경험할 정도로 흔한 불면증이 만성화되는 배경에는 자신의 나쁜 수면 습관이 있다. 아침까지 안 자고 누워있거나, 낮에 잠을 자려 하거나, 침실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것들이다. 특히 침실에서 깨어있는 채로 보내는 시간이 길수록 '침실-수면'이 아니라 '침실-불면(각성)'의 짝이 만들어진 이른바 '조건화 상태'가 된다. 우리 몸은 이 상태를 학습하기 때문에 막상 자기 위해 침대에 누워도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수면무호흡증은 잘 때 10초 이상 숨을 멈추는 증상이다. 1시간에 5번 이상 발생하면 치료가 필요하다. 코골이가 공기 흐름이 좋지 않은 정도라면, 수면무호흡증은 상기도에 공기 흐름이 막힌 상태다. 비만·나이·흡연·음주·편도선 비대·비중격(코안의 좌우 경제를 이루는 벽) 이상 등이 원인이다. 체내 산소량은 떨어지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증가하므로 우리 몸은 억지로 숨을 쉬도록 만든다. 그래서 숨을 멈추고 자던 사람이 갑자기 '푸'하고 숨을 몰아 쉰다. 잠을 자도 몸은 깨어나는 악순환이 반복하므로 수면의 질이 나빠진다. 


보통 수면무호흡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사실 생명에 지장을 주는 질환과 관련이 깊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고혈압 위험은 3~4배, 당뇨 1~3배, 심방세동 5배, 심근경색 1.5배, 심부전 1.6배, 뇌졸중 2.7~3.3배, 치매는 1.5배 커진다. 황경진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10년 후 사망률이 3배 높아진다. 치료를 받으면 정상인 수준의 사망률을 보인다. 가령 치료 후 혈압이 10mmHg 낮아지는데 이는 심혈관질환과 뇌졸중 위험을 각각 37%와 56%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하지불안증후군이나 렘수면행동장애도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있으면 다리가 불편해서 자는 동안에도 다리를 떨어가며 움직인다. 렘수면행동장애가 있으면 꿈을 꾸면서 심한 잠꼬대나 과격한 행동을 한다. 일부 식품이나 약물도 수면의 질을 나쁘게 만든다. 예컨대 술과 담배는 숙면하지 못하도록 우리 몸을 각성시키고, 스테로이드제나 다이어트 약제의 일부 성분도 숙면에 영향을 미친다. 

자료: 레즈메드(ResMed), 12개국(한국·호주·브라질·중국·프랑스·독일·인도·일본·멕시코·싱가포르·영국·미국) 만 18세 이상 2만69명 대상 설문조사

자료: 레즈메드(ResMed), 12개국(한국·호주·브라질·중국·프랑스·독일·인도·일본·멕시코·싱가포르·영국·미국) 만 18세 이상 2만69명 대상 설문조사

수면 문제로 고혈압·당뇨·암 등 각종 질병 발생할 수 있어

이와 같은 이유로 수면이 질이 떨어지면 짜증·인지장애·기억상실·동맥경화·고혈압·바이러스 감염·관상동맥질환·심부전·부정맥·대사증후군·비만·당뇨·암 등 수많은 질환으로 이어진다.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수면 장애가 있는 사람은 특히 심혈관계 질환에 취약하다. 잠을 잘 때는 혈압이 낮 시간보다 10% 정도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잠을 자지 않고 깨어있으면 교감신경계가 항진 즉,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서 심혈관계 위험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수면 문제가 '뇌 청소'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 뇌는 많은 정보를 처리하고 찌꺼기(아밀로이드와 타우단백)를 남기는데, 그 정도가 심하면 알츠하이머 치매가 생길 수 있다. 미국 로체스터대학 연구팀은 2012년 우리 몸이 뇌 찌꺼기를 제거하는 이른바 뇌 청소 과정(글림프 시스템)을 발견했다. 뇌 청소가 일어나는 시간이 주로 우리가 잠을 잘 때라는 점이 핵심이다. 특히 서파수면(깊은 수면)일 때 뇌의 노폐물이 잘 제거된다. 서파수면은 뇌 움직임과 심박·호흡이 가장 느려지는 깊은 잠을 의미한다. 한수현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다양한 이상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면서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생하는데, 뇌의 글림프 시스템은 이런 이상 단백질을 청소한다. 우리 뇌는 깊은 잠을 자는 동안에 단백질과 노폐물을 청소하기 때문에 잠을 잘 자는 것이 치매 예방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심혈관질환·암·치매 등 큰 질환과 직결되는 수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잠이 오지 않으면 수면제를 먹고 만다. 수면제는 중독 위험이 있고 인지 기능 저하라는 부작용도 야기할 수 있다. 수면제는 짧은 시간에 최소 용량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수현 교수는 "일시적인 불면증에는 적절한 수면제를 쓰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불면증의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효과가 일시적이다. 수면무호흡증에 의한 불면증에는 수면제가 수면무호흡증을 더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수면제 복용은 전문의와 반드시 상의하고 복용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수면 문제의 기본 치료법 '인지행동치료'

만성 불면증 등으로 심한 수면 문제가 있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여러 치료법 가운데 일차적으로 적용하는 치료법은 인지행동치료다. 이 치료법의 불면증 완치율은 90%에 이른다. 한수현 교수는 "환자와 의사가 반복적으로 수면에 대해 상담하면서 만성 불면증에 동반되는 잘못된 수면 습관이나 믿음을 교정하고 수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인지행동치료는 가장 우선되는 치료법이다. 치료 효과가 좋을 경우 기존에 복용하던 수면제를 줄이고 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치료의 첫째 원칙은 일주기 리듬이다. 일주기 리듬은 24시간을 주기로 맞춰진 생리학적 리듬으로 흔히 생체리듬이라고도 한다. 한마디로 해가 뜨면 잠에서 깨서 활동하고 해가 지면 잠을 자는 규칙성을 의미한다. 주중과 주말 모두 자는 시각과 깨는 시각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취침 시각이 다소 불규칙해질 수 있지만 최소한 기상 시각만은 매일 같아야 한다. 이유진 교수는 "기상 시각을 고정하는 것이 좋다. 수면 의학의 관점에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야 그날 밤 일찍 잘 수 있는 힘이 채워진다. 그러므로 약간 더 누워있고 싶은 느낌이 있을 때 그리고 부족하게 잔 듯할 때 침대에서 내려와 활동을 시작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둘째 원칙은 빛이다. 아침에 햇빛을 쬐면 수면호르몬(멜라노틴)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잠이 깬다. 낮에 햇빛을 15분 이상 쬐면 밤에 멜라토닌 분비량이 늘어 숙면에 도움이 된다. 햇빛이 눈으로 들어와 뇌까지 전달되면 낮에 깨어있고 밤에 잠드는 일주기 리듬이 형성된다. 김지현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생체리듬연구학회가 제시한 '빛 노출법'이 있다. 낮에는 햇빛이나 밝은 백색 인공조명을 사용하고 일할 때는 가능하면 창가에 앉는 것이 좋다. 취침 2시간 전부터는 밝은 빛을 피하고, 집 안의 조명을 어둡게 하고, 국소적으로 노란색 조명을 사용하고, 전자기기를 야간모드로 사용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셋째 원칙은 '침실-수면 조건화'다. 침실은 잠을 자는 공간으로만 활용하는 것이다. 침실에서 일을 하거나 스마트폰·TV·책을 보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잘 때는 빛이 없어야 하므로 침실 조명을 끄고 커튼도 친다. 이렇게 하고 잠자리에 누워도 바로 잠에 빠지지 않는다. 이를 수면 잠복기라고 하는데 30분 이내가 정상이다. 잠자리에 들어 20분 이내에 잠이 오지 않으면 일어나서 독서나 음악 감상과 같은 정적 활동을 하다가 잠이 올 때 다시 잠자리에 드는 편이 낫다.

그래도 잠이 오지 않으면 이완 요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 가령 자기 전 5초 동안 숨을 들이마시고 5초 동안 내쉬는 심호흡을 하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몸에 안정감이 생긴다. 요가·반신욕 등도 도움이 된다. 정기영 대한수면연구학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건강을 위한 3대 필수 요소는 수면·식이·운동인데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수면이다. 수면 문제는 갓난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나이와 관계가 있다. 수면 문제는 조금만 신경 써서 관리하면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시사져널)

잠을 잘 자기 위한 기본원칙

•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난다.

• 잠자는 환경이 조용하고, 환하지 않도록 하며 너무 덥거나 춥지 않도록 한다.

•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하되 자기 전에 지나친 운동은 피한다. 

•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나 음식은 피한다.

• 자기 전에 흡연이나 음주를 피한다. 

• 자기 전 따뜻한 목욕은 도움이 될 수 있다.

• 허기진 상태나 과식은 피한다.

• 잠자리에서 시계·휴대전화·TV·책을 보는 것은 피한다.

• 잠이 오지 않거나 중간에 깨었을 때는 일어나서 다른 일을 하다가 잠이 오면 잠자리로 가도록 한다.

• 밤에 밝은 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자료: 대한수면연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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