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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광열 목사


짝퉁과 진퉁

뉴욕 맨하탄 차이나타운 거리를 가까운 지인과 쇼핑하던 중 폴리스의 눈을 피해가며 풀어 헤친 행상인의 보따리 안에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가방이 그득 했다. 잠시 걸음을 멈춘 지인의 말이 “저것은 가짜(짝퉁)지만 진짜(진퉁)와 큰 차이가 없다”는 말에 진퉁을 본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짝퉁 가방을 30달라(한화 약3만원)을 지불하고 구입했다.

엄청 비쌀 텐데

문제는 귀국 후에 터졌다. 별 생각 없이 보따리를 풀어놓는 중, 짝퉁 가방을 아내가 먼저 발견했다. “여보 이 명품가방은 나주려고 샀어요? 고마워요,! 엄청 비쌀 텐데 ‘명품이라 다르네요,’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 감사해요.”하면서 몸을 굽실굽실 하는 제스쳐(gesture)에 짝퉁이란 말도 못한 것이 그야말로 사건의 발단이 됐다. 그 후 와이프는 외출 때마다 짝퉁 명품 가방을 앞세우는 것이야 별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다만 같은 명품 가방을 만날 때면 “저것은 짝퉁 가방같다.” 라고 비하 할 때면 양심을 감춘 필자로서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다’는 속어를 이해하게 됐다고나 할까.! 어찌하면 좋을까? 지금이라도 이실 직고해야 하나? 그리하면 실망할 와이프의 뒷감당이 자신이 없다. 독자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현명한 답을 얻기 위하여 도리 없이 필자도 지인들에게 잠언을 구했다.

첫 번째 지인에게 솔직한 스토리를 가감 없이 고백했다. 그리고 정말 명답을 원했다. 이런 나에게 첫째 지인은 이렇게 일갈했다. “와이프가 가방을 명품 본사에 감정의뢰 확인 할 일도 없는데 무엇 하려고 이실 직고하려 합니까? 가방은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끝까지 침묵 하세요 침묵이 명약입니다.” 라고 권했다. 그 말에 필자로서는 동의하는 나와 반의하는 내가 속에서 싸우고 있었다.

두 번째 지인에게 정답을 구했다. “무엇을 그렇게 고심하고 있습니까? 짝퉁 가방을 가지고도 진퉁 가방과 같이 외출 시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만 있다면 그 이상 더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오히려 자랑스럽고 칭찬할일 아닙니까? 그러나 인간의 최고 가치는 양심입니다. (짝퉁신앙, 짝퉁인격) 은 인간 최하의 가치입니다. 이실직고 하던가 침묵 하던가 양심대로 처신 하세요. 짝퉁인지 몰라서 행한 만용은 죄가 아닙니다." 라고 뜻을 가감 없이 피력했지만 필자로서는 충고를 실상 반신반의 하면서 덧없이 시간을 지체하고 있을 때다.

짝퉁과 진퉁의 차이

이래야 좋을까! 저래야 좋을까! 결론을 회피하고 있던 차에 올 것이 왔다. 얼굴이 붉게 상기된 와이프가 손잡이가 끊어진 짝퉁을 가슴에 안고 외출 도중에 집으로 돌아왔다. 정색을 한 와이프는 다짜고짜 “여보 이 가방 진퉁이요? 짝퉁이요?!...솔직히 말해줘요.”와이프의 뜨거운 시선엔 빠져나갈 틈도 없다. 그래도 시치미를 딱 떼고 “진퉁이고 짝퉁이고 다 인간이 만든 것이니 하자는 있는 법, 다음에 미국에 가면 진퉁 매장에서 꼼꼼히 확인하고 사오겠으니 마음을 푸시오.” 라고 위로했다. 이에 와이프의 반응은 “꼭 다시 믿을 께요”라고하면서 짝퉁 가방은 사정없이 쓰레기 통으로 직행했다. “사람은 자기가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킬만한 좋은 기억력을 가져야한다“ 독일 시인, 철학자 니체가 한말이다. 그 후에 쎄미나 차 미국에 갔을 때다. 와이프와의 약속이 생각나서 생전처음 명품 매장을 찾아 갔다. 짝퉁가방 삼만원 짜리와 같은 싸이즈(size)가 삼백팔십만원의 택(Price tag)이 붙었다. 일백 이십 칠 배가 되는 가격이다.' 짝퉁과는 싸니즈와 원가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에누리는 눈곱만치도 안 된단다. 폭리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눈을 딱, 감고 거금을 지불했다. 진퉁이니까, 지구촌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명품이니까. 큰, 마음먹고, 명품사랑, 명품행복, 명품가정을 사는 심정으로 말이다. 귀국후 거금이 너무 억울해서 감았던 눈을 딱 떠보니 와이프가 서 있었다. 와이프는 진퉁 함박웃음을 웃으면서 ”여보 고마워요나는 당신이약속을 굳게 지킬줄알았어요"라고 하면서 행복해 했다. 짝퉁때문에 내 주머니속은 먼지가 풀풀날리는줄도모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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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4-15 10: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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