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게 안수하며 기도하는 복음주의 지도자들 ⓒSource: RNS도날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11월 8일 미국 대선에서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그를 지지 또는 반대했던 미 교계 지도자들이 경악하거나 환호하고 있다. "정치가 종교 되고 종교가 정치 되는" 최근 성향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이튿날인 9일 새벽 3시경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와 함께 한 당선수락 연설에서 가족과 스태프, 경선자였던 벤 카슨, 마이크 허커비 등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이 승리는 저만이 아닌 우리들의 것입니다."고 선언하며 모두에게 감사했다.
펜스 부대통령 당선인은 "이 순간 겸허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대조적으로 트럼프는 하나님을 언급하지 않았고 '갇 블레스 어메리카' 문구나 노래로 끝맺지도 않았다. 대통령이 이 문구로 연설을 맺지 않은 것은 30년만에 처음이다. 그 대신 '롤링 스톤즈', '네가 원하는대로 늘 다 얻는 건 아냐'라는 노래 등이 실내를 울렸다.
이번 선거에서 복음주의 유권자들이 사상 최다의 투표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아침 조사에서 트럼프의 승리에 복음주의자들이 '열쇠'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출구조사에 의하면 백인 복음주의자들은 지난 2004년 이래 최고의 찬 · 반 마진을 보였다.
백인 복음주의자들은 5분의4꼴(81%)로 트럼프에 표를 던진 데 비해, 힐러리에 표를 던진 이들은 16%에 그쳤다. 그러나 전체 복음주의 그룹의 5분의2를 차지하는 유색인종 복음주의자들은 대부분 힐러리를 선호했다. 그밖에 주요 트럼프 지지층은 공화당 남성들(90%), 공화당 여성들(89%), 보수주의자(81%) 등이었다.
또한 매주 주일예배자들은 49대46, 월예배자들은 49대46 비율로 트럼프를 선호했다. 특히 금번에 과거 두 차례의 대선에서 민주당을 더 선호했던 가톨릭 유권자들이 금번에 52대46으로 공화당 편을 더 들었다. 이는 오바마-클린턴 팀이 낙태를 강조한 반면 트럼프는 강력한 생명 출산지지 쪽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팍스뉴스는 비록 다수가 트럼프든 클린턴이든 다 대통령 자격이 없다면서도 정작 그중 69%가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지역적으로는 특히 치열한 전장으로 여겨졌던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등은 트럼프 최강의 지지기반으로 드러났다. 또한 전통적으로 민주당 아류였던 옛 공업단지 4개주 '러스트(녹슨) 벨트'가 모두 트럼프의 공약을 믿고 전격 선회, '싹쓸이' 표몰이를 해 민주당에 일대 충격을 안겨주었다.
정치평론가들은 복음주의자 표밭 일구기에서 트럼프가 힐러리에 비해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분석했다. 과거 오바마 정부의 종교자문역의 한 명이었던 마이클 위어 씨는 이번 대선의 2개 주요 정당 후보 가운데 그나마 백인 복음주의자들을 돌아본 듯한 후보는 (트럼프) 한 명뿐이었다고 보고했다.
백인 복음주의자들 가운데도 러슬 무어, 데니 버크, 맥스 러케이도 등의 교계 지도자들은 평소와 같이 트럼프를 강하게 부정했고 일부는 트럼프로부터 힐러리로 돌아선 반면, 로버트 제프레스, 제리 폴웰2세 등은 시종 열광적인 지지자였다.
이에 대해 케빈 덴 덜크 교수(캘빈칼리지, 정치학)는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이런 사이 골은 앞으로도 더 깊어질 것이며 미국 공중생활에서의 수많은 다원주의적 도전에 크리스천으로서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관해 많은 토론이 이뤄질 것이다."고 예상했다.
당초부터 트럼프 반대파였지만 힐러리 편도 아니었던 남침례교 지도자 러슬 무어 목사는 9일 '트럼프 대통령이라... 교회는 어제 어떡한다?'라는 자신의 칼럼에서 "2016년 대선이 끝났고 상상조차 어렵게도 도날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면서 이번 경선이 대다수 국민들에게 정말 혼란스럽고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이제 복음주의자들은 당선인을 위해 기도하고 존경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예언적인 명료성을 갖고 회개의 부르심에 합당하게 반응하되 하나님 나라의 화해의 촉매로서 활약하고, "정치가 종교 되고 종교가 정치 되는" 최근 성향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회는 공화당도 민주당도 심지어 미국도 아니라, 부활하신 승리자 주 예수 그리스도의 것이라며 교회는 국가의 양심이 되되 두려움에서가 아니라 복음의 힘으로써 그래야 한다고 역설했다.
약 1년전 공화당을 탈당한 프랭클린 그래엄 목사(빌리 그래엄의 아들)는 9일 아침, "한 가지는 분명하다."면서 "새 대통령 및 부대통령과 다른 지도자들을 위해 매일 기도해야 한다. 우리가 동의하든 않든, 그들은 하나님의 도우심과 인도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참으로 '하나님 밑에서 한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말했다.
교계 명사들은 트위터에다 사후소감을 올리느라 열을 올렸다. 역시 남침례교 지도자이자 연사, 저술가인 에드 스테처 박사도 "복음주의자들은 목청 높여 반대한 자기네 지도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를 택했다."고 평가했다. 존 파이퍼 목사도 "언젠가 미국과 그 모든 대통령들은 역사의 난하주(footnote)가 되겠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왕국은 영원할 것이다."면서 선거와 정부보다 하나님 나라가 '훨' 더 크다고 강조했다.
교계 여성 작가이자 연사인 벳 무어는 "차제에 교회를 향한 나의 심오한 희망은 마치 진통제 '바이코딘'과도 같이 우리가 남용해온 신랄한 비아냥 중독에서 벗어나 회복되길 바란다."고 에둘러 말했다.
일부 교계 지도자들은 교회가 트럼프와 그의 정책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있길 주문하기도. 앨런 노블 박사는 "제가 보니 향후 4년간도 계속해서 트럼프와 그의 파괴적인 정책들을 열심히 거부하도록 교회들에게 경고해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매트 챈들러 목사도 "교회란, 다양성을 위해 싸우고 빈민을 사랑하고 이민자들을 환영해야 신임을 얻을 것"이라고 말해 트럼프 정책과는 반대 견해임을 알렸다.
릭 워런 목사는 (예상 밖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미래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는 내용의 글에서 "사람들은 주위의 모든 것이 실망스럽고 텅빈 배신감을 느낄 때 비로소 하나님께 돌아온다."며 앞으로 다가올 신고(辛苦)를 예상하는 듯 전망했다.
복음주의권 주요인사의 한 명으로 트럼프를 지지했다가 도덕적 이유로 선회한 앨 몰러 박사도 "연방하원을 계속 공화당이 장악하게 된 것이 감사하다"며 "태아의 생명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대니 에이킨 사우스이스턴침례신대원 총장은 비록 자신이 오바마도 클린턴도 트럼프도 찍지 않았지만 "오바마와 트럼프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데니 벌크 교수(서든뱁티스트, 보이스칼리지)는 "공화당 후보에게 서글픈 한 표씩을 던진 사랑하는 지인들이 있다."며 "공화당 후보에게 아무 환상도 없는 그들을 지지하진 않지만 이해와 존경은 한다."고 미묘한 감정을 표출했다.
트럼프 지지자들 가운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대통령"을 바라는 사람들은 전체의 39%로 그중 83%가 트럼프에게 표를 바쳤다. 앤터니 브래들리 교수(킹스칼리지)는 "친애하는 보수파 복음주의자들이여, 트럼프의 승리는 곧 공화당이 귀하들의 찬동을 필수로 삼진 않음을 입증했다."며 "변화를 위한 정책은 없을 것이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번 승리가 "평소 정치 엘리트들에게 무시와 조롱을 당해온 하층 유권자들의 반응을 나타낸 것"이라고 봤다.
수많은 복음주의자들이 트럼프에 대한 미심쩍은 시각과 경원을 나타냈지만, 제임스 답슨, 제리 폴웰 2세, 에릭 메턱서스 등은 꾸준히 그를 지지했다.
한편 프로라이프(반낙태) 옹호자 그룹들은 트럼프가 공약대로 프로라이프 정책을 펼쳐주도록 크리스천들이 계속 기대하고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만기낙태 금지, 가족계획 기금 폐지, 낙태합법화를 가져온 로우 대 웨이드 케이스를 뒤집을 보수적인 대법관 지명 등을 단행해 주기를 트럼프와 해당 회기 정치인들에게 바라고 있다. 트럼프는 과거에 낙태를 지지한 바 있다.
가톨릭계 반낙태 생명단체들을 대변하는 언론인 라이프뉴스의 스티븐 어텔트 기자는 "도날드 트럼프 님께선 생명권을 방어해 주셔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짐 베이커, 고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조카인 얼베다 킹, 랜스 월노, 바이블코드 전문가인 랍비 마팃야후 글레이저슨 등이 트럼프의 당선을 예견하고 지원하거나 예언해왔다. <교회와 신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