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감리회본부에서 열린 교단장협의회 첫 모임. 한 단체의 대표로 참석한 김삼환 목사도 보인다.(사진출처 교계기자 밴드)
대형집회를 개최하여 대통령을 초청하는 것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돕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최근 급조된 단체인 소위 한국교회위원회(위원장 김삼환 목사)가 6월 1일 명성교회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키로 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사흘 앞둔 집회에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했다는 의혹이 일어 교계 안팎의 비난을 사고 있는 것.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를 중심으로 한 인사들은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호텔월드에서 모임을 갖고, ‘세월호 참사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위원회’(이하 한국교회위원회)를 구성했다. 한국교회위원회는 이날 김삼환 목사를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한국교회 교인들에게 모금한 돈으로 2년 간 피해자와 가족, 친지 등을 위한 돌봄 캠페인을 전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교회위원회는 그러나 한국교회 공교회 조직과는 거리가 먼 사적 성격의 조직이어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지원을 위한 모금에 혼선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위원회 관계자들이 교인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모금활동을 펼침과 동시에 재단을 구성해 상시적인 ‘연합기구’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2년간 ‘돌봄 캠페인’을 펼치겠다고 발표한 것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한시적 조직으로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돕겠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조직을 가동시키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이런 차원이라면 2년 후, 또는 그 이전에 다른 명분을 내세워 존속시키거나 기구를 개편해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결국 한국교회위원회는 일각에서 우려했던 ‘제4의 기구’로서, 한국교회 분열과 혼란의 중심으로 설 가능성이 높다.
한국교회 대표하나? …“특정인 중심의 사조직”
한국교회위원회는 최근 선을 보였던 ‘교단장협의회’와도 차원이 다른 걱정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교단장협의회는 세월호 참사정국에 일시 역할 하다가 각 교단 등 공교회적 질서 속에서 순화돼 재편되거나 유명무실한 단체로 존속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국교회위원회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가의 여부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계속 존재하면서 공교회 및 공교회가 조직한 연합기구와 갈등을 조장하면서 혼란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위원회 참석자 면면이 반증한다. 22일 모임에는 김삼환 목사가 대표로 있는 한국교회희망봉사단(한교봉)을 비롯해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한국장로회총연합회, 안산시기독교연합회 관계자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한교봉을 제외하고는 각 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 아니어서 개인적 참여의 성격이 짙다.
특히 예장백석 장종현 총회장 외에는 전직 교단장들이다. 그렇기에 최근 세월호 참사 관련 기도회 등의 프로그램을 가진 ‘교단장협의회’와 대립하는 단체라는 인상을 짙게 하고 있다. 이는 순서자의 면면에서 알 수 있다.
기도회는 장종현 목사의 사회로 감리교 감독회장을 지낸 신경하 감독이 기도했다. 설교는 오래 전에 예장합동 총회장을 지낸 서기행 목사가 맡았다. 최성규 목사, 김정서 목사, 장상 목사가 합심기도를, 림인식 목사가 축도순서를 맡았다. 경과보고는 예장통합 사무총장을 지낸 조성기 목사가, 보고는 손인웅 목사가 진행했다.
더욱이 이 위원회는 교단장협의회에 합류했던 김삼환 목사 등이 이곳에서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자 별도의 조직을 구성했다는 의혹이 짙다. 이는 5월 한 달간의 흐름이 잘 말해준다.
친목수준의 모임을 가져오던 예장통합과 합동, 그리고 감리교 교단장들은 세월호 참사가 터지자 5월 초 모임을 갖고, ‘교단장협의회’를 구성하는 한편 기도회와 모금 등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감리회본부에서 가진 5월 초 첫 모임에는 교단장들 외에도 김삼환 목사 등 단체 대표들이 대거 참여했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것. 각 교단이 공식 채널을 통해 교단대표나 단체대표를 모으는 형식의 ‘라운드 테이블’도 아니고, 교단이 공식 대표를 파견하는 연합기구를 통한 것이 아닌 교단장이나 몇몇 단체장들 개인 차원의 모임을 급조한 데서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더욱이 이 자리에 참석한 김삼환 목사는 10여만 명이 모이는 대형집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했으나 ‘적절하지 않다’는 교단장들의 반대로 관철되지 않았다. 조용히 기도하면서 유가족의 슬픔을 공감하며 위로하자는 방향을 잡았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생겼다. 김삼환 목사 등이 현직 교단장이 아님에도 ‘교단장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둘러싸고 비판여론이 제기됐다. 21일 기도회에 김삼환 목사가 순서에 예정돼 있고, 대형집회를 의논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언론이 비판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러한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교단장들은 김삼환 목사 인사순서를 취소하고 이들 중심으로 순서자를 확정했다.
한국교회위원회는 이러한 과정에서 급조했다. 안산에서 열린 첫 기도회 때는 김삼환-조성기 목사, 그리고 장종현 목사가 참석했지만, 두 번째 기도회에는 이들이 모두 빠졌다. 그리고 기도회가 열린 이튿날 아침에 모여 ‘한국교회위원회’를 조직했다.
교단장협의회에서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니 새로운 조직을 급조하고, 그 역할을 대신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세월호 유족을 위로하는데 대형집회가 웬말?
한국교회위원회는 26일 아침 실무회의를 갖고, 6월 1일 오후 7시 명성교회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한 대규모 기도회를 갖기로 했다. 또 개교회를 대상으로 모금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계획도 수립했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는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후 불교나 천주교 행사에 참여해 슬픔을 나누었지만, 개신교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기에 이번 행사에 참여토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공식 의제로 논의되지 않았다”면서도 “박 대통령이 참여할 경우에 대비한 이야기는 있었다”고 밝혀 대통령이 참여하는 행사에 대비한 논의가 있었던 사실을 시인했다.
이와 관련 개신교 대형교회 목사들이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여당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조급히 서둘러 개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이 행사에 참여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확산시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
이런 점에서 이 단체와 행사가 ‘순수하지 못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실의에 빠진 유가족이나 국민들을 위로하자는 목적은 간 데 없고 대통령을 초청하기 위한 행사라는 비난을 들을 만 하기 때문이다.
6월 1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 집회에 참석한다면 행사주최자들에게는 영광일지 모르나,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기독교 행사를 이용됐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고 정부 또한 개신교 행사를 정치적 목적의 장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모금을 주도할 만큼 투명한가?
한국교회위원회는 희생자 돌봄을 위해 대대적인 모금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더욱이 개교회를 상대로 직접적으로 모금하고, 그 돈을 기반으로 재단을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과연 이 위원회가 투명성을 담보한 한국교회 공식 기구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공교회 조직인 교단과 상관없는 몇몇 인사들이 구성한 한국교회위원회는 교단이나 연합기구와 달리 마땅히 감사할 장치도 마땅치 않아 재정사고가 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또 6월 1일 행사처럼 대형집회 등 이벤트성 행사에 치우쳐 희생자 돕기라는 목적을 상실할 가능성도 대두된다. 지금 세월호 참사를 겪은 희생자 가족들 중 당장 생계가 막막한 이들이 적지 않음에도 한국교회위원회는 상담치료나 돌보미 양성을 위한 교육에 역점을 둘 뜻을 밝히고 있어 희생자 현실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원회가 전국 교회에 캠페인과 모금 참여를 독려하는 공문을 보내겠다는 계획에서 이러한 의도가 명확해진다. 엄연히 한국교회 공조직인 교단과 연합기구가 있음에도 한국교회로부터 인정받지 않은 한국교회위원회라는 급조된 조직이 일반 교인들을 상대로 직접 모금을 펼치겠다는 것에서부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김삼환 목사는 서해안 기름유출사고와 아이티 대지진 당시 한국교회의 봉사와 모금을 거론하면서 모금에 참여해 주기를 당부했다. 그러나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때는 한국교회 공교단이 조직한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아이티 당시에는 각 교단의 공식 조직을 통해 이루어졌다. 공교단이 실시한 아이티 모금이었음에도 뒷말이 무성한데 사조직인 한국교회위원회가 모금한 돈의 투명성과 그 용처를 둘러싼 문제는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한국교회위원회에는 모 교단 실무 책임자를 역임한 J목사가 중심에 서 있다. 그는 8.15대성회나 부활절연합예배 등 대형집회 과정에서 모금한 돈과 이후의 용처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등 투명하지 않은 재정문제로 그동안 논란을 빚어왔다.
5월 21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한 기도회. 그러나 이날 순서자로 논의됐던 김삼환, 장종현 목사는 참석하지 않았고, 그 이튿날 별도의 조직을 급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