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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시인 릴케는 ‘가을날’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주시어 /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올 여름은 불볕더위였다. 게다가 저녁에는 아열대 기후가 계속되며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그러나 뜨거운 여름 햇빛이 있었기 때문에 더 당도 높은 과일을 거둘 수 있었다. 만약에 날마다 비만 오고 구름만 가득했다면 단 과일을 결코 만들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매년 살인적인 더위를 맞이한다. 정오의 강렬한 태양빛 때문에 가나안 땅 과일은 당도가 높다. 이스라엘의 포도와 무화과, 석류가 단 이유는 불화살 같은 여름 햇빛을 견디면서 무르익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나안 땅의 작열하는 햇빛은 오히려 생명의 빛이 된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고난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누구에게나 여름의 불볕더위와 같은 고난이 있다. 그러나 그 고난의 뜨거운 햇빛이 인격을 성숙시키고 삶을 단련시킨다.

한 번은 지방을 다녀오면서 태풍 볼라벤에 떨어진 낙과들을 보았다. 농민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교회로 돌아와서 낙과를 판매할 수 있도록 섬기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 무서운 태풍 앞에서도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나뭇가지에 매달린 과일들이 있었다. 어쩌면 그 과일은 다른 과일들보다 여름 햇빛을 더 강렬하게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태풍 볼라벤도 이겨내며 나뭇가지에 끝까지 매달린 건강한 과일이 된 것이다. 성경의 위대한 영웅들도 모두 인생의 여름 광야를 거쳤다. 모세와 다윗, 엘리야도 자신들의 인생을 작열하는 태양볕 아래 타오르는 고난의 광야에서 영글어갔던 사람들이다. 불타는 사막의 선인장도 물 한 방울, 바람 한 줄기, 그늘 한 자락 없는 열대의 사막에 홀로 서 있다. 그러나 그 폭염과 목마름에 쓰러지지 않고 기어이 새벽이슬 한 모금을 마시고 별빛 한 자락을 바라보며 꽃을 피워내지 않는가?

요즘 많은 사람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을 친다. 그러나 우리는 여름 햇빛을 생각하며 견뎌야 한다. 태풍 볼라벤 앞에서도 떳떳하게 매달려 있는 붉은 과일들의 모습을 꿈꾸면서 더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 여름의 무더운 햇빛이 오히려 단 과일을 만들지 않았는가. 그리고 더 많은 햇빛을 받으며 자란 과일이 태풍 볼라벤 앞에서도 떨어지지 않고 어엿하게 매달려 있지 않았던가. 한국교회도 여러 가지 이유로 고난의 강렬한 태양광선을 맞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작열하는 햇빛 아래서도 좌절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광야에 내리쬐는 태양빛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기도해야 한다. “주여, 이틀만 더 햇빛을 주시어 우리를 완성시켜 주소서.”

<용인 새에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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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09-18 20: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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