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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된 피해자만 5천300여명…"상품권은 휴지조각"

고유가 시대에 액면가보다 18%나 싸게 주유상품권을 판매하면서 입소문을 탔던 업체가 결국 수많은 피해자들만 남겨둔 채 문을 닫았다.

윤모(44)씨는 지난해 3월 말 경남 창원시 의창구 중앙동에 하나에너지라는 상품권 판매회사를 세웠다.

그의 영업수법은 간단했다.

차량 운전자들에게 액면가보다 18%나 싼 주유상품권을 파는 것이었다.

불황에 조금이라도 차량 유지비를 아끼려는 네티즌들과 운전자들 사이에 `하나에너지의 주유상품권을 사면 18%나 싸게 기름을 넣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이 회사는 금방 화제에 올랐다.


액면가의 1~3%를 이익금으로 제시하며 시·도 본부, 지사, 대리점 순으로 피라미드식 유통구조를 만들었다.

전국에 시·도 본부가 9개, 지사 116개, 대리점 191개가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대리점들이 개인 회원을 모아 주유상품권을 팔았다.

이 회사는 인터넷 홈페이지도 개설했고 직원 25명까지 채용했다.

윤 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액면가 3만원권, 5만원권, 7만원권, 10만원권 주유상품권을 무려 269억원 어치나 유통시켰다.

차량 운전자들은 액면가 10만원짜리 주유상품권을 18%나 싼 8만2천원에 대리점으로부터 샀다.

대리점은 여기서 액면가의 3%(3천원)를 남긴 7만9천원을 지사로 올려줬다.

지사는 1%(1천원)를 이익으로 남긴 7만8천원을 시·도 본부로, 시·도 본부 역시 1%를 떼고 7만7천원을 윤 씨가 운영하는 본사로 보냈다.

본사는 운전자들이 10만원권 상품권을 사용한 주유소에 액면가인 10만원을 송금해줘야 했기 때문에 23%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렇게 판매된 상품권 대금만 15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초기 자본금이 없고 다른 수익모델이 전무한 상태에서 액면가 이하로 상품권을 계속 팔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유사수신업체와 마찬가지로 윤 씨는 주유상품권 판매금액으로만 주유소에 기름대금을 지급하는 돌려막기 수법으로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적자가 계속되면서 가맹 주유소에 기름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발했다.

결국 이 상품권을 구입한 운전자들은 더는 기름을 넣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터넷 카페 등에는 '하나에너지 주유상품권 사기 피해자 모임'이 결성되는 등 전국 각지에서 피해신고가 잇따랐다.

경찰이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 피해자만 5천300여 명에 달했다.

경찰은 신고하지 않는 사례까지 고려하면 피해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는 18일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규제에 관한 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하나에너지 대표이사 윤모(44)씨를 구속하고 재무이사 이모(32)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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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6-18 14: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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