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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한국 처음 예배당 여행 휴가철이 돌아왔다. 올해 나온 도서들을 중심으로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성도들과 함께 읽을만한 도서들을 자유·여행·은혜·모험 등 네 가지 키워드로 소개한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 곳곳에 자리한 ‘초대교회’들을 순례할 수 있는 ‘길잡이’, <한국교회 처음 예배당(홍성사)>이다.


서울시청 앞 정동제일교회부터 부산 성공회 주교좌성당까지, 전국 곳곳에 남아있는 ‘한국 교회 처음 예배당’ 24곳의 모습이 사진과 글로 탄생했다. 부제는 ‘1세대 교회에 서린 ‘처음 사랑’ 더듬어 가는 여정’.

한국교회에 1백년 이상 교회는 5백곳이 넘지만, 일제 36년과 6·25 전쟁에 이어 천지개벽 같은 개발시대 등을 거친 탓에 예배당 건물이 80년 이상 된 곳은 30곳도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건축가이자 사진가 장석철 집사가 1년간 스물 네 곳 모두를 다니며 꼼꼼히 촬영했고, 강화교동교회 구본선 목사가 함께 다니면서 글을 썼으며, <한국교회 처음 이야기>, <한국교회 처음 여성들(이상 홍성사)>을 쓴 이덕주 교수(감신대)가 감수를 맡았다.

오랜 역사에 걸맞게, 각 예배당들은 많은 이야깃거리들을 담고 있다. 기와지붕 올린 옛 교회들은 초창기 승려들이 지나가면서 ‘요상한 절’이라며 합장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일제 만행의 현장인 수원 제암리교회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는 당시 함께 불탔던 화성 수촌교회가 서 있다. 1922년 8칸 초가 예배당을 다시 마련한 곳으로, 1932년 지금의 자리로 옮기면서 6칸으로 축소됐다. “아담한 풀밭 위 초가집 한 채, 노란 초가지붕은 반쯤 몸을 가린 달 같다. 바닥에 돌을 두툼하게 쌓고 그 위에 예배당을 올려놓은 모양새다.”

1904년 시작돼 1939년 건물을 올린 청주제일교회에는 6·25 때 떨어진 폭탄의 파편이 남아있고, 1911년 11월 30일 축성한 강화 온수리성당은 성도들이 뼈대가 되는 목재를 교회 뒷산 소나무를 베어 직접 만들었다. 1904년 정사각형 형태로 세워져 1백년만에 지방문화재로 등록된 기와지붕의 영천 자천교회는 6·25 때 미군의 공중 폭격을 피하려 횟가루로 ‘CHURCH’라 표시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익산 두동교회는 교과서에 나오는 ‘남녀칠세 부동석’을 말해주듯 기역자(ㄱ) 모양이지만, 설교자는 양쪽을 모두 볼 수 있도록 설계하면서 ‘남녀유별 사회 속 복음의 남녀평등’을 드러낸다.

사진에 담긴 교회들은 대부분 기와나 초가 등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 또는 구 서울시청처럼 근대 건축물 모습을 하고 있다. 소개된 예배당 중에는 성공회 소유가 적지 않은데, 이는 현재 한국교회에서 성공회가 차지하는 비율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성공회가 다른 교단들보다 ‘성장’에 매몰돼 헐고 다시 세우기보다, 전통과 역사를 소중히 여겼다는 뜻일 것이다.

저자들도 “크고 웅장한 새 성전 건축에 열을 올리는 사이 오래 되새겨야 할 첫 모습을 잃고 만 것은 아닐까”라며 “지금의 우리 교회도 1-2백 년이 지나면 고색창연한 교회가 될 것이므로, 지금부터라도 교회를 잘 보존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좋겠다”고 말한다. 강원·제주 지역에 남아있는 교회가 없다는 점은 아쉽고, ‘동방의 예루살렘’이었던 평양을 비롯한 북한 교회들을 소개할 수 없는 현실은 남겨진 과제다.


아직 여름휴가지를 정하지 못했다면, 책 마지막에 나와있는 교회 24곳 주소들 중 한 곳을 내비게이션에 찍고 달려보는 건 어떨까. 멀리서 예배당을 찾아갈 ‘순례자’들을 위해, 인근의 기독교 유적지들도 소개돼 있다. 책에 나와있는 교회들 스물네 곳은 다음과 같다.

서울·경기 지역 여섯 교회(정동제일교회·승동교회·강화읍성당·온수리성당·서도중앙교회·수촌교회), 충청 지역 일곱 교회(청주제일교회·청주수동교회·진천교회·음성교회·부대동교회·공주제일교회·강경북옥교회), 전라 지역 네 교회(두동교회·금산교회·목포양동교회·목포중앙교회), 경상 지역 일곱 교회(대구제일교회·부산 주교좌성당·안동교회와 자천교회·척곡교회·행곡교회와 용장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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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7-20 14: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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