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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소상공지원팀’ 골목 상권 살린다, 메뉴 개발까지... - 코로나19시대 이제는 문화전도, 창의적 목회
  • 기사등록 2021-02-04 22: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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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훈 당진 동일교회 목사(오른쪽)가 지난달 26일 교회 인근 추어탕집을 방문해 기도해주고 있다.

요즘 심방을 하면 요식업을 하는 분들의 고충이 말이 아니다. 사업이 아니라 온 가족의 생계가 걸린 삶의 터전이기에 마음이 시리고 답답하다.



임차료와 관리비는 변함없는데 매출은 20% 이하로 떨어져 바닥을 쳤다. 계약 만기일만 기다리는데 이후에도 길이 없다. 폐업도 어렵다. 철거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며 울먹인다.



살기 위해 온몸으로 버텨온 터전인데 그곳이 무너졌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 고스란히 그분들 몫의 짐이 되고 말았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조리하고 청소하고 치웠는데 말이다.



쉬는 날, 공휴일도 없이 몸이 부서져라 고생하며 달려왔는데 결과가 이런 것이란 말인가. 못난 자신의 모습에 허탈하고 화가 나서 슬프다고 울먹인다.



코로나19는 사회 전반에 아픈 상처를 남겼다. 비대면 예배란 이름 아래 주일성수는 이미 물 건너간 옛이야기처럼 들린다. 하나님 앞에 나와서 함께 찬양하며 경배드리던 그 신령하고 영광스러운 예배의 기본 정신은 무너졌다. 이 문제는 앞으로 교회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또 하나는 교회를 향한 부정적 인식이다. ‘다량 확진자 발생’이라는 뉴스와 함께 늘 교회가 따라다닌다. ‘또 교회인가’하는 부정적 의식을 너무 많이 심어 놓았다. 이걸 긍정으로 회복하는 데는 아마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적극적인 선행과 이웃 섬김이 없이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교회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골목 생업현장을 돌아봤다. 먼저 가게마다 청년을 보내 문안을 드리도록 했다. 소상공인들은 갑자기 들어서는 청년을 경계하다가도 “안녕하세요. 코로나 때문에 얼마나 힘드신지 인사드리러 왔습니다”라고 하면 하나같이 반겨줬다. 힘든 가운데서도 가게 물건을 싸주기도 하며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교회 입구에 설치한 홍보물.

지난주부터 목사와 장로가 마을별로 현장에 가서 기도하고 있다. 전에 심방을 통해 경험할 수 없었던 깊은 마음을 나눴다. 위로와 힘이 되는 성경 말씀을 뽑아 들고 새벽에 간절하게 기도했다. 연약한 지체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회복이 임하도록 간구했다. 그리고 성경 말씀을 들고 가게를 찾아갔다.



“아침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이 말씀을 큰 소리로 외우세요. 10분이라도 기도하세요. ‘말씀대로 이뤄지게 해 주소서’라고 기도하세요. 퇴근하면서도 그렇게 하세요.”



이렇게 한 것은 성도 개개인이 품고 사는 말씀이 빈약함을 알기 때문이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 119:105)라고 하셨는데, 믿음이 없이는 세상을 이길 길이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너희 발바닥으로 밟는 곳은 모두 내가 너희에게 주었노니.”(수 1:3) 이 말씀을 품은 갈렙이 평생 전쟁을 치르면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말씀대로 될 것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85세 백발의 노년에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수 14:12)라고 일어나 에브라임 산지를 정복한 믿음이 거기에서 나오지 않았던가. 그런 승리의 현장을 보고 싶어 성경 말씀을 마음에 품고 살도록 하고 있다.



가져간 말씀을 큰 소리로 낭독한 후 말씀 위에 손을 얹고 기도를 드렸다. 기도를 마치고 나면 대부분 눈물을 흘렸다. 신앙심이 약한 분들도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말로만 하는 도움은 진실성이 없다. 교회는 가게를 돕기 위해 홍보용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 이름이 ‘좋은 이웃 카페’다. 일일이 회원가입을 해드리고 찾아가 물건을 사며 응원했다.



사진을 인증해 올리는 운동도 한다. ‘우리 집 요리는 이렇습니다’라고 자기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 홍보하도록 도와 드린다. 안내지도 제작해 나눠준다. 교회 출입구에도 걸어놓는다.



가게 주인보다 더 정성스럽게 기획하고 소개해 주는 분들의 모습이 천사 같다. 결과가 바로 나타나는 일은 아니지만, 씨를 뿌리면 언젠가 기쁨으로 단을 거둘 때가 있으리라 믿는다.



이 일을 하다 보니 전문배달 회사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도 알게 됐다. 아픔을 이해하려다 보니 가게 운영과 관련된 정보와 음식점에 관한 연구를 자연스레 하게 됐다. 어떻게든 우리가 돕고 살려보자는 마음이 모이더니 점점 경영방법까지 연구하게 됐다.

요즘 일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가 사는 도시 전역의 음식점과 골목 가게를 소개하고 응원하자는 의견이 모이고 있다.



가게 운영에 필요한 부분을 찾아 지원하겠다는 전담팀까지 생겼다. 이름하여 ‘소상공지원팀’이다. 조명, 홍보용 전단지, 눈에 띄는 메뉴판, 맛있는 메뉴 개발, 인증방법, 손님대응, 배달 돕기 등 다양한 지원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새벽에 달려와 기도로 부르짖는 소상공지원팀 팀원들의 기도 소리에 가슴이 뭉클하다. 막힌 담을 허무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꾸준히 성실하게 섬겨나갈 생각이다. 언젠가 ‘교회는 참 좋은 곳이야’라고 칭찬받는 그 날을 기대한다.






이수훈 목사(당진 동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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