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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규 칼럼] 라과디아와 같은 지도자가 타나나길 - 이한규 목사. 열린뉴스통신(https://www.onews.tv) 발행인/대표
  • 기사등록 2022-02-28 02: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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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규 목사.


피오렐로 라과디아(Fiorello La Guardia)는 뉴욕 시장을 세 번이나 연임했던 사람입니다. 그는 키가 155cm밖에 안 되는 단구(短軀)였지만 그에게는 놀라운 지혜가 있었고, 그의 마음은 너무나 따뜻했습니다. 그는 시장이 되기 직전 법원 판사로 일을 했었습니다.대공황(大恐慌)으로 미국인들이 춥고 어두운 나날을 보내던 1930년대의 어느 겨울날, 상점에서 빵 한 덩어리를 훔치다가 절도 혐의로 기소된 한 할머니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즉결재판에 회부되었습니다. 그 할머니를 재판할 때 이런 일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전에도 빵을 훔친 적이 있습니까?”

“아닙니다. 처음 훔쳤습니다.”

“왜 훔쳤습니까?”

“예, 저는 선량한 시민으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많아 도저히 일자리를 얻을 수가 없고 배식도 끊겨 어린 손녀와 사흘을 굶었습니다. 제가 굶는 건 견딜 수 있지만 어린 손녀가 굶어 죽어가는 걸 보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빵가게를 지나가다보니 마치 쇠붙이가 자석에 끌리듯이 저도 모르게 가게로 들어가 빵 한 덩어리를 훔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행동은 명백한 범죄입니다. 알고 있습니까?”

“예 알고 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할머니는 이곳을 나가면 다시는 빵을 훔치지 않겠다고 맹세할 수 있습니까?"

“네? 아 그, 그건 약속할 자신이 없습니다.”

판사는 잠시 후에 최종 판결을 내렸습니다.

“피고의 딱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아무리 사정이 딱하다 할지라도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은 잘못입니다. 죄를 지었으면 누구든지 죄값을 내야 합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므로 피고 애니 돌로레스에게 벌금 10달러를 선고합니다.”

방청석에서는 판사가 노인의 딱한 사정을 감안해 관대하게 선처할 줄 알았는데, 뜻밖의 단호한 판결에 여기저기서 술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라과디아 판사는 이어서 말했습니다.

“피고는 재판정을 나가면 또 다시 빵을 훔치게 되어 있습니다. 굶어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피고가 빵을 훔친 것은 피고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피고가 생존을 위해 빵을 훔쳐야만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뉴욕 시민 모두의 책임입니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방치한 우리 모두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본 판사에게도 10달러의 벌금형을 내리는 동시에 이 법정에 있는 시민 여러분들께도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지 않은 죄값’으로 각각 50센트의 벌금형에 동참해 주실 것을 권고하는 바입니다.”

라과디아 판사는 먼저 자기 지갑에서 10달러를 꺼내어 모자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경무관에게 그 모자를 주면서 모든 방청객들에게서 벌금을 거두라고 명령하였습니다. 법정에 앉았다가 난데없이 억울한(?) 50센트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방청인들은 모두 웃음 가득한 얼굴로 ‘죄 없이 받은 처벌’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거두어진 돈이 모두 57달러 50센트였습니다. 그 돈을 받은 할머니는 10달러를 벌금으로 내고, 남은 47달러 50센트를 손에 쥔 할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습니다. 그리고는 연신 머리를 조아리면서 밝은 얼굴로 법정을 떠났습니다.

그 후로도 피오렐로 라과디아는 원칙을 고수하며 부정부패와 맞서 싸웠고, 시민들의 삶과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16년간 명판사로 이름을 널리 알렸습니다.

얼마 후 그는 법조계를 떠나 뉴욕 시장에 출마했습니다. 그는 각종 범죄로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던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고,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던 뉴욕시민들은 그를 환호했습니다.

결국 라과디아는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고 시장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리고 마피아 조직을 와해시켰고, 뉴욕의 치안은 안정을 되찾아 안전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뉴욕의 치안을 안정시킨 라과디아의 인기는 급상승했습니다. 공화당 내에서도 라과디아를 차기 당 지도자로 추대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라과디아는 어떤 사안에 대해 자신이 속한 공화당의 정책을 버리고 상대 당인 민주당의 정책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게 되었고, 공화당 사람들은 라과디아가 배신자라며 맹렬히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대공황으로 발생된 대규모 실업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장 수많은 사람들의 일자리 창출이 시급했고, 그는 비록 상대 당이지만 민주당의 뉴딜정책이야말로 뉴욕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대공황 시절에 뉴욕시장으로 선출된 그는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뉴욕시민들에게 장밋빛 공약(公約)이나 무늬만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하기보다 ‘인내와 불굴(不屈)’이라는 두 가지 덕목을 요구했습니다. 뉴욕시민들은 키는 작았지만 탁월한 리더십과 따뜻한 가슴을 가졌던 라과디아 시장과 함께 ‘인내와 불굴의 의지’로 대공황의 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해 냅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민생이 최우선이라 생각했던 그는 루즈벨트로부터 약 11억 달러의 지원금을 받아 뉴욕의 경제를 회복시킵니다.

그후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1933년부터 1945년까지 세 번을 연임하면서 뉴욕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듭니다.

그는 시장 임기가 끝난 후 죽을 때까지 뉴욕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뉴욕시장 재직 중에 비행기 사고로 순직하였습니다.

라과디아 시장이 세상을 떠난 후 뉴욕시민들은 그의 덕을 기려 새로 지은 공항의 이름을 ‘라과디아 공항(La Guardia Airport)’이라고 이름지었습니다. 맨해튼에서 13km쯤 떨어진 잭슨 하이츠에 있는 공항이 바로 그 공항입니다. 그리고 공항 안에는 그의 동상도 세웠습니다.

라과디아 판사는 늘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해주어서 ‘작은 꽃(Little flower)’이라는 애칭으로 불리웠다고 합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라과디아나 링컨처럼 지혜와 덕과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고 국민들을 사랑하는 지도자가 나타나 이 나라를 이끌어 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 좋은 나라, 조상들이 피땀 흘려 대대로 지켜온 나라인데, 라과디아같은 위대한 지도자가 나타나 더 좋은 나라를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은 정말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들인지 심히 의문스럽고 안타깝습니다. 다들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고 알 만큼 아는 사람들인데, 국민들을 기만하고 무시하는 도가 지나치다는 마음이 들어 나라의 장래가 걱정스럽고 씁쓸합니다. 거짓말과 막말, 가시 돋친 말. 뒷말, 빈말, 무책임한 말들이 난무하고, 언론까지 국민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는 게 아니라 흐리게 하는 일들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2014년 한국대학신문이 26주년을 맞아 실시한 전국 대학생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3%가 사회에서 ‘가장 불신하는 집단 1위’로 정치인을 꼽았습니다. 이어 언론인(7.2%), 군인(2.0%), 사업가(1.9%), 법조인(0.7%)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언제 라과디아처럼 정의롭고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지도자, 당리당략에 끌려다니지 않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지혜롭게 소신껏 일하면서도 겸손한 지도자가 나타날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출처 : 열린뉴스통신(https://www.onew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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