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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환 목사님, 이제 그만 내려놓으십시오" -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배태진 총무, 김삼환 목사에게 공개서한 전달
  • 기사등록 2013-03-27 18: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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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 목사는 "에큐메니칼 인사들의 요구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WCC 10차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동선언문’, 이른바 1.13선언문으로 촉발된 갈등으로 한국준비위원회에서 사퇴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무 배태진 목사가 공식적 입장을 밝혔다.

25일(화) 배태진 목사는 WCC 제10차 총회 한국준비위원회의 책임자인 김삼환 목사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서한에서 배 목사는 ‘WCC 총회의 성공적 개최와 국내외 에큐메니칼 운동의 발전을 위해 김 목사가 사퇴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 목사는 “WCC 총회는 모든 회원교단이 세계교회의 미래를 구상하고, 기쁨과 감격 속에서 주님께 예배와 찬양을 세계적인 축제”이지만 “가맹교단의 목회자와 성도들은 준비위원회의 활동에 냉담을 넘어 냉소를 보내고 있다.”고 준비 과정에 대해 평가했다.

사퇴의 이유로 배 목사는 “한국교회의 에큐메니칼 운동의 정신과 전통을 뒤엎는 1.13선언문에 일방적으로 서명하고, 이에 대한 공개적 사과 한번 하지 않은 점.”과 “실행위원회를 해소하고 상임위원회가 권한을 소유하는 등 민주적 절차와 다각적인 협력관계 발전을 저해한 점.”을 꼽았다.

또한 준비위원회의 편향적 구조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국교회 전체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구조와 조직을 만들어야 함에도 핵심조직들이 예장통합 목회자들로 채워졌다. 이 밖에도 ‘교단간 의결 없이 예장통합 인사를 National Coordinator로 선정해 WCC에 파견한 일’, ‘홍재철 한기총 회장에게 WCC 총회를 부정·반대의사를 밝혔던 일’, ‘교단별 합의나 협의 없이 WCC 울라프 총무를 만나 370만 스위스 프랑을 지원 약속한 일’ 등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비판했다.

배태진 목사는 준비위의 파행과 갈등의 책임을 지고 김삼환 목사에게 ‘신앙적 결단’을 요청했으며, 서한 말미에는 ‘목사님의 사과와 사임발표가 있을 경우 준비위원회에 복귀’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공개서한에 대해 김삼환 목사가 어떤 대답을 해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세계교회협의회 World Council of Churches
제10차 부산총회 한국준비위원회
김삼환 준비위원장님에게 드리는 공개서한
예수 그리스도의 정의, 평화, 생명의 은총이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총회]와 이 총회를 준비하는 국내외의 모든 분들, 그리고 한국준비위원장이신 김삼환 목사님과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주님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는 고난주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공개서한을 드릴 수밖에 없는 저의 맘이 참으로 무겁습니다. 부산총회가 이제 7개월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 총회를 한국교회가 잘 준비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 [한국준비위원회]를 둘러싸고 빚어진 반목과 갈등이 시급히 해결되어야 합니다. 저는 이 문제의 중심에 계신 김삼환 목사님께서 하루라도 빨리 신앙적 결단을 내리시기를 요청하며 이 글을 드립니다.


김삼환 목사님,
제가 지방에서 목회할 때 목사님을 무척 존경했습니다. 목사님의 설교집을 읽거나 TV에서 하시는 말씀을 들을 때면, 목사님처럼 믿음의 산 체험이 있는 말씀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에 제 맘이 뜨거워졌습니다. 또한 목사님께서 해 오셨던 “머슴목회”와 ‘새벽기도목회’의 모범을 저의 목회사역에서도 실현해보고자 다짐도 했습니다.
주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제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총무가 되어 목사님을 직접 만나게 된 것은 큰 기쁨이었습니다. 당시 목사님께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장이셨고, 제가 속한 교단(기장)에서는 서재일 목사님께서 총회장을 역임하고 계셨습니다. 두 분은 동향 출신으로서, 각각 담임하고 있던 명성교회와 영강교회의 강단을 서로 번갈아가면서 교류하기도 하셨습니다. 교단분열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던 한국 장로교회에서는 흔치 않은 은혜롭고도 감동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경험이 있습니다. 2008년 9월에 한국 장로교 4개 교단이 ‘제주선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연합예배를 제주에서 드린 적이 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그 예배를 인도하시던 중에 눈물어린 제안을 하셨습니다. 4개 교단 총회의 모든 임원이 함께 강단에 올라와 무릎을 꿇고 한국교회를 분열시킨 죄를 회개하고 하나가 될 것을 다짐하는 기도를 드리자고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의 인도로 모두가 한 맘이 되어 한국장로교회의 일치를 위해서 하나님께 기도했는데, 저 역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기도드렸던 것을 기억합니다.
만일 그런 분위기가 고조되고 확산되었더라면, 지금쯤 한국교회는 일치의 초석을 만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5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우리는 제주에서 품었던 한 소망의 기쁨과 감격에서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WCC 제10차 총회 한국준비위원회]의 현재 활동을 보면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 느낌은 저만의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 전반에 퍼져있다고 생각합니다. WCC총회는 모든 회원교단이 지혜와 뜻을 모아서 세계교회의 미래를 구상하고, 기쁨과 감격 속에서 주님께 예배와 찬양을 드리는 세계적인 축제입니다. 그러나 WCC에 회원교단으로 가맹한 한국의 4개 교단에 속한 목회자와 성도들은 한국교회가 부산총회를 잘 준비할 수 있을지 깊이 염려하고 있으며, 그 동안 해온 [한국준비위원회]의 활동에 대해서 냉담을 넘어서 냉소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WCC 제10차 총회가 한국교회에는 어떠한 희망과 의미도 주지 못한 채 그저 행사로만 끝날 공산이 큽니다.
그렇다면, WCC 10차 총회를 한국에 유치했어야만 할 시대적 요청과 이유가 과연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총회 유치를 두고 한국교회와 경합을 벌였던 시리아교회는 최근 2년 넘게 지속된 내전 때문에 수만 명에 이르는 무고한 목숨을 잃고, 백만 명이 넘는 난민으로 인해 고통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어쩌면 한국교회가 시리아 교회에 큰 죄를 짓고 말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커가고 있습니다. 이제 WCC 10차 총회를 한국으로 유치한 분들은 그 공로를 칭찬받기는커녕, 한국교회의 역사와 전통을 담보로 상층부 종교관료들의 놀음을 벌였다는 비난마저 받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김삼환 목사님,
이제 저는 한국준비위원장이신 목사님께 단호히 말씀드립니다. WCC 총회의 성공적 개최와 국내외 에큐메니칼 운동의 발전을 위해서, 김삼환 목사님께서 [WCC 제10차 총회 한국준비위원회]의 책임자 자리를 내려놓으시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목사님은 그 동안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준비위원회]의 활동을 파행적으로 흐르게 하는 과정에 대해서 막중한 책임을 져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지난 1월 13일에 “공동선언문”은 소위 ‘명일동 선언’이라고 불릴만한 것으로서, 한국교회의 에큐메니칼 운동의 정신과 전통을 뒤엎는 폭거였습니다. 김삼환 목사님은 상임위원장 자격으로 이 선언문에 일방적으로 서명함으로써 이미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상실했습니다. 그 동안 수많은 에큐메니칼 단체와 학자들, 교회의 지도자들이 그 문서를 “폐기”하고 목사님의 “사퇴”를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목사님은 공개적으로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정부나 시민단체에서도 잘못을 하면, 그 책임자는 설령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물러나는 것이 상례입니다. 한국교회의 지도자 가운데 한 분으로서 목사님이 신앙양심에 충실한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부산총회를 준비하는 [한국준비위원회]의 활동과정에서, 김삼환 목사님은 상임위원장으로서의 직분을 오용하면서,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의사결정과 실행구조를 만들어왔습니다. 에큐메니칼 협력과정을 조화롭게 이끌어야 할 의무를 감당하지 않았음은 물론이요, 부산총회의 주제인 ‘생명・정의・평화’의 정신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국교회는 WCC 10차 총회를 잘 준비하기 위해서 교단별, 연령별(靑-長-老), 성별, 분야별 참여를 고려하여 ‘실행위원회’를 만들고, 이 기구를 통해서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다각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목사님은 상의도 없이 실행위원회를 없애고, 모든 것을 상임위원회가 결정하도록 일을 진행시켜 왔습니다. 이는 민주적 절차의 후퇴이자 에큐메니칼 정신을 위배하는 일이요, 부산총회의 정신에도 맞지 않습니다. 한국교회가 에큐메니칼 리더십을 구조적으로 발휘하여 부산총회를 잘 준비할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라신다면, 김삼환 목사님께서 스스로 물러나실 것을 요청합니다.

셋째, 현재의 [한국준비위원회]의 구조는 에큐메니칼 진영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없을 만큼 편향적인 구조입니다. 저는 목사님께서 준비위원장으로서 에큐메니칼 정신에 따라 소속 교단을 골고루 배려하여 한국 교회 전체가 기쁨으로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조직과 구조를 만드실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핵심조직에 예장통합의 인사들로 채워지고 말았습니다. 준비위원장이신 김삼환 목사님을 필두로 하여, 사무총장에 조성기 목사님, 기획위원장에 박성원 목사님, 프로그램위원장 인명진 목사님, 부산지역준비위원장 허원구 목사님 등 예장통합 일색입니다. [한국준비위원회]의 핵심 책임자를 거의 전부 예장통합 인물로 채워진데 대해서, 예장통합의 에큐메니칼 인사들마저 우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누가 책임지고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김삼환 목사님도 알고 계시겠지만, 지금까지 목사님과 관련하여 우여곡절을 겪은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교단간의 의결도 없이 예장통합측 인사를 National Coordinator로 선정하여 WCC에 파견한 일, 홍재철 한기총 회장에게 “난 WCC가 뭔지도 모르고 국제대회인 줄로만 알아서 유치하려 했다. WCC 유치를 후회한다.”고 말해 에큐메니칼 협력교단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서도 사과하지 않은 일, 국내에 보도된 대로 교단별 협의나 합의 없이 WCC 울라프 총무를 만나서 370만 스위스 프랑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일 등 한국준비위원장으로서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일들을 너무 많이 하셨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저는 짐작할 수도 없습니다.

김삼환 목사님!
WCC 제10차 총회가 이제 7개월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불필요한 갈등으로 인해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 통 큰 마무리를 하고, 보다 실제적인 준비에 착수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WCC 총회에서 다뤄질 의제들을 한국교회가 발굴하고 충분히 준비하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WCC 총회 기간 중에 있을 20여개의 [에큐메니칼 대화모임, Ecumenical Conversations]과 각종 [워크샵, Workshop]에서 다뤄질 사항들에 대해서, 한국교회가 길러온 지혜가 발휘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지난 시기 양적으로만 급성장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의 고난과 함께 하면서 ‘생명, 정의, 평화’의 전통을 쌓아왔으며, 다종교적 상황 속에서도 평화를 지켜온 종교정신을 길러왔고, 분단이라는 큰 고통 속에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서 노력해 왔습니다. 한국교회가 지닌 이 자랑스러운 전통이 WCC 총회를 통해서 표출될 수 있도록, 전체 한국교회가 협력해서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목사님, 이제 내려놓으십시오.
이 간절한 요청은 저만이 아니라 그 동안 많은 에큐메니칼 인사들이 수 없이 요구했던 것 아닙니까? 지도자답게 그 소리에 귀 기울이십시오. 목사님으로 인해 생겨난 그 동안의 일들에 대해서, 진정한 책임을 지시고 한국준비위원장직에서 깨끗이 물러나시는 리더십을 보여주십시오.
목사님의 사과와 사임발표가 있을 경우, 한국교회는 보다 민주적이고 실행력이 있는 리더십을 갖추고 힘차게 나아갈 것입니다. 저 또한 준비위원회에 복귀하여 WCC 제10차 부산총회가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총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탤 것입니다.
앞으로 8년 동안 세계교회가 나아갈 바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WCC 제10차 총회를 한국교회가 잘 준비하기 위해서는, 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교회가 성숙해지고 에큐메니칼 운동 또한 더욱 전진하기 위해서는, 현재 준비위원장을 맡고 계시는 김삼환 목사님의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목사님, 이제 내려놓으십시오!

십자가의 고난을 묵상하는 이 신앙의 계절에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목사님과 함께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13년 3월 25일, 고난주간에


WCC 제10차 부산총회
한국준비위원회
前 기획위원 배태진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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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3-27 18: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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