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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의 두글자 발견 : 성경 속 식물 ‘우슬초’ - 예수님 메마른 입술 적신, 그 쓰임새는 겸손
  • 기사등록 2020-08-29 22: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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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국민일보 뉴콘텐츠부장 겸 논설위원
게티이미지뱅크

성서 식물 ‘우슬초’는 척박한 땅이나 돌 틈 사이에서 자라는 허브과의 흔한 식물이다. 우슬초는 몸과 마음이 찢기고 상처받은 이들의 목마름과 고통을 치유하는 데 사용됐다. 교만을 겸손으로, 질병을 치유로, 부정한 것을 정결케 하는 데 사용됐다. 작지만 부드러운 ‘우슬초’는 ‘반전의 식물’인 듯하다. 우슬초의 영어명은 ‘시리안 히솝(Syrian hyssop)’, 히브리명은 ‘에조브(Ezov)’ ‘마요람(Marjoram)’이다. 한국에서 자생하는 우슬초(牛膝草)와 전혀 다른 식물이다. 한국의 우슬초는 줄기가 네모지고 마디가 소의 무릎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슬초(시리안 히솝)의 둥근 잎은 마주 보며 자라고 줄기와 잎 뒷면에 잔털이 가득하다. 건조한 땅에서 잘 자라는 우슬초의 키는 60~70㎝이다. 키가 작고 눈에 띄는 아름다움은 없지만, 식물 전체에서 박하 향이 난다. 차로 마시면 정신적인 불안감과 가벼운 히스테리 등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소화 불량과 감기·기관지염에 효과가 있어 약초로 사용된다. 원산지는 중동지역이다.



유월절과 우슬초



성경에서 우슬초는 참회 겸손 정결의 상징이다. 우슬초에 대한 성경의 첫 언급은 최초의 유월절 때, 어린 양의 피를 이스라엘 백성들 집의 문 인방에 칠하기 위한 솔로 사용한 ‘우슬초 묶음’이다. “우슬초 묶음을 가져다가 그릇에 담은 피에 적셔서 그 피를 문 인방과 좌우 설주에 뿌리고 아침까지 한 사람도 자기 집 문밖에 나가지 말라.”(출 12:22) 애굽에서 처음 태어난 사람, 동물이 죽는 ‘장자의 재앙’이 내린 밤, 모두가 두려움에 떨었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의 명령을 따랐다.



우슬초 잎의 뒷면과 줄기의 잔털이 어린 양의 피를 흡수해서 뿌리기에 적합했다. 우슬초에 적신 양의 피 뿌림은 죽음의 사자를 지나가게 했다. 우슬초의 히브리어 ‘에조브’는 ‘지나가다’ ‘넘어가다’란 의미가 있어 이스라엘을 구원하신 하나님의 깊은 뜻을 묵상하게 한다.



우슬초는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의 현장에도 있었다. 예수님이 목마르다고 신음하실 때 한 사람이 신포도주를 적신 해면을 우슬초 가지에 매달아 예수님의 입술을 적셨다. 예수님의 목마름을 해결하는 중요한 도구로도 쓰임받은 것이다. “거기 신 포도주가 가득히 담긴 그릇이 있는지라 사람들이 신 포도주를 적신 해면을 우슬초에 매어 예수의 입에 대니.”(요 19:29) 예수님은 신포도주를 드신 후 말씀하셨다. “다 이루었다.” 예수님은 우슬초에 적신 어린양의 피로 상징되는 포도주를 마시고 인류의 죄를 대속하셨다. 이 장면은 이탈리아의 화가 조토 디 본도네가 그린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심’에 잘 묘사됐다. 십자가 오른쪽에 신포도주로 예수님의 마른 입술을 적셔준 해면을 꽂은 우슬초 가지를 들고 있는 남자가 보인다. 고난의 현장에 우슬초 같은 신앙인이 필요하다.



백향목과 우슬초



또한 유대인들은 정결 예식에 다발로 묶은 우슬초를 사용했다. 한센병의 성결(레 14:4, 6, 49, 51, 52)과 붉은 암송아지 의식(민 19:6, 18)을 위한 레위인의 율법은 ‘백향목’ ‘홍색 실’과 함께 우슬초를 사용하도록 했다.



성경은 한센병을 포함해 모든 악성 피부병을 불순종의 결과로 기록한 때도 있다. 한센병자가 치유돼 공동체로 돌아가고자 했을 땐 제사장이 베푸는 정결 예식을 거쳐야 했다. 이때 제사장은 백향목 가지와 우슬초 묶음으로 새의 피를 찍어 병에서 정결함을 받은 자에게 일곱 번 뿌려 “정하다”라고 선포해야 한다. 그래야 회중 안에 들어와 자유롭게 살 수 있었다. 그 정결 예식에 사용된 식물이 백향목과 우슬초였다는 것이 매우 상징적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나음을 입었으니 교만함을 버리고 우슬초처럼 겸손하게 살라는 의미가 내포됐다.



솔로몬의 해박한 지식을 표현할 때도 백향목과 우슬초가 등장한다. “그가 또 초목에 대하여 말하되 레바논의 백향목으로부터 담에 나는 우슬초까지 하고 그가 또 짐승과 새와 기어 다니는 것과 물고기에 대하여 말한지라.”(왕상 4:33) 여기서 ‘백향목에서 우슬초까지’란 말은 아주 큰 것에서부터 작은 것에 이르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우슬초는 식물 중에 가장 작은 것이었다. 성경에서 백향목은 ‘교만’, 우슬초는 ‘겸손’을 상징하는 대조적인 식물이다.



다윗이 자신의 충성스러운 신하의 아내인 밧세바를 범하고, 그 신하를 죽이는 죄를 저지른 후 울부짖으며 자신의 죄를 정결케 해달라는 기도에서도 우슬초가 등장한다. “우슬초로 나를 정결하게 하소서 내가 정하리이다. 나의 죄를 씻어 주소서 내가 눈보다 희리이다.”(시 51:7) 다윗은 우슬초처럼 겸손한 자였던 자신이 어느새 모든 나무의 왕이며 교만의 상징인 백향목처럼 교만해져 죄를 범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침상이 젖도록 눈물의 회개 기도를 했다. “내 죄를 회개하오니 나를 용서하시어 병에서 나음을 얻은 자에게 제사장이 백향목과 우슬초로 일곱 번 새의 피를 뿌려 정했다고 선포하였듯이 영적인 병에 걸린 저를 하나님께서 우슬초로 정결케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한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우슬초는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정화할 수 있는 풀로 여겼다. “정결한 자가 우슬초를 가져다가 그 물을 찍어 장막과 그 모든 기구와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 뿌리고 또 뼈나 죽임을 당한 자나 시체나 무덤을 만진 자에게 뿌리되.”(민수기 19:18)



우슬초는 작은 풀에 불과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다. 지금도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 돌 틈에, 세계인들의 기도 소리를 들으며 키가 작은 품종의 우슬초가 피고 있다. 많은 사람이 죄를 씻고 정결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듯 말이다. 현대는 몸과 마음이 찢기고 상처받아 치유가 필요한 사람이 너무 많다. 작고 부드러워 쓰임받은 우슬초 같은 그리스도인이 필요한 시대이다.



이탈리아 화가 조토 디 본도네가 그린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심’. 오른쪽에 우슬초 가지를 들고 있는 남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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