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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우리 사회 혁신 위해서는 교회와의 협치 절실” - "청년수당, 건강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보험"
  • 기사등록 2016-08-03 15: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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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기사는 국민일보 c편집인이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박시장을 만나 종교관 및 요즘 중요 이슈가 되고 있는 청년수당 등 시정전반에 걸쳐 나눈 대담 내용이다.
박시장은 광화문 국기게양 거부. 동성애 퀘어축제 장려. 전철역명 봉은사역 결정 등으로 보수단체 및 기독교계에서도 많은 비난을 받아온 시장이다.
민감한 이 기사를 게재하는 이유는 독자 개개인이 자유스럽게 받아들이고, 향후 박시장의 시정평가에 긍정이든 부정이든 독자의 판단에 맡기 고져 한다.  (편집자 주)
,박시장은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거대하고 엄중한 과제들을 해결하자면 어느 한 섹터의 힘만으론 부족하다고 역설한다. 중앙과 지방정부, 시장과 시민사회, 나아가 종교계까지도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지성 폭우가 오락가락하던 지난달 29일 저녁 박원순 서울시장을 시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스무 평 정도의 집무실 한쪽 벽은 줄잡아 3000개는 넘을 것 같은 사안별 서류파일로 빼곡했고, 반대편 벽엔 서울시 지도 위에 각종 사업들이 색색으로 표기돼 있었다. 뭐가 됐든 관심 이슈에 대해서는 강한 집중력을 보이는 그의 진면목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국사회는 정점으로 치달아오다가 요즘 급격하게 추락하는 것 같습니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준비돼야 하는데 그게 지금 난파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성장 동력이 식은 데다 저출산·고령사회라는 큰 도전 과제까지 겹쳐져 있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그동안 게을리 대처해 왔던 가치들, 즉 불평등과 공동체 파괴 등의 문제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지방정부가 공공적 해법을 내놔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는 것이지요.”

-현재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봅니까.

“우리가 직면한 거대하고 엄중한 과제들을 정부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기업과 개인은 물론 종교도 큰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혁신과 협치라고 봅니다. 오늘보다 다른 내일을 열어가자는 게 혁신이지요. 또 어느 한 섹터의 힘만으로 이 엄중한 과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협치가 절실하고요. 중앙과 지방정부, 시장과 시민사회 간의 협치는 물론 영성을 추구하는 교회와의 협치도 필요합니다.”

-교회와의 협치를 구체적으로 거론한다면요.

“교회와의 협치 사례는 아주 많습니다. 제가 저출산 문제 해결 차원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1000개 짓겠다고 공약한 바 있는데 서울시 힘만으론 도저히 어렵더군요. 그래서 교회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실제로 2012년부터 지난 5월까지 국공립 어린이집 332곳이 개원했는데 이 중 교회의 협조로 마련된 게 55곳이나 됩니다. 교회가 땅을 제공하면 서울시는 그곳에 건물을 짓고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지정해 운영비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개별 교회들과 그리고 몇몇 교단과 협력하여 에코마일리지란 에너지 절약운동을 해왔는데 지금까지 150만명이 가입했습니다. 또 교회 안의 작은도서관 설치운동 등에도 협력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박 시장을 안티 기독교라고 평가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저는 크리스천이라고 고백할 수는 없지만 안티는 아닙니다. 저는 수감 중(박 시장은 1975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구금됐었다)에 성경책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읽은 적이 있었지만 감옥에서는 지적 굶주림이 강했는데 특히 성경에 집중했었지요.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 것은 마가복음 13장 2절, 예수님이 예루살렘성을 두고 한 말씀입니다. ‘네가 이 큰 건물들을 보느냐.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어찌 보면 저주에 가까운 말 같지만 그게 당시 유대교의 부패와 타락에 대한 의지표현이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러한 의지가 있었기에 예수님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슈퍼스타로 부상했고, 교회는 각성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전파됐다고 봅니다.”

-한국 기독교도 그러한 각성 위에서 출발했습니다. 특히 지금 한국 교계는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고대하며 혁신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어려울 때 그리고 교회가 위기에 처할 때 늘 그런 각성이 있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들이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새로운 전환을 꿈꾼다는 점이 더욱 기대됩니다. 개인적으로 또 하나 교회에 바라는 점은 통일을 위한 준비입니다. 30년만 지나면 분단 한 세기가 되는데 과거 고구려 백제 신라가 오래 공존했던 시대를 생각하면 분단이 어쩌면 정말 길어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큽니다. 남북이 인도적 측면에서도 통일이 돼야 할 뿐 아니라 경제를 비롯해 새로운 민족적 부흥을 위해서도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에 통일 이전에 교회가 먼저 화해와 일치를 통해 통일의 모델이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신앙고백만 하지 않았을 뿐 박 시장은 크리스천 마인드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지식인이라면 우리 역사, 특히 근현대사와 민족의 아픔 등에 공감하고 자신을 일치시킬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 근현대사를 돌이켜보면 기독교는 단순히 교육, 복지 혜택을 베풀었을 뿐 아니라 민족의 온갖 위기와 고통의 순간들 가운데 늘 함께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70∼80년대 인권변호사였던 시절에 교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비록 기독교 신자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함께 공감하고 연대했던 그런 제 삶의 족적이 있었기에 분명하게 증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영성을 추구하는 교회와의 협치를 실제로 해오셨다고 말씀하셨지만 여전히 의문인 것은 박 시장이 성 소수자(동성애자)에 대해 각별한 배려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서울시는 지난 2년 연속 동성애자 퀴어 축제를 서울광장에서 하도록 허락한 바 있습니다.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1000만명이 사는 이 거대 도시의 시장으로서 저의 책무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평등하고 존엄하며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은 물론 그분들의 권리를 지켜드리는 것이라고 봅니다. 서울 시민들은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사랑과 포용이라는 기독교 정신과도 전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새터민이나 이주노동자나 장애인이나 이런 분들, 예수님 당시에 흔히 약자로 지칭됐던 과부 이방인 등 모두를 저도 끌어안고 가야 할 시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예수님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아무도 함께하려고 하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포용하고 그들을 당신의 품에 품어주셨던 것처럼 생각하려고 애쓰고 있을 뿐입니다. 그 차원에서 누구든 서울광장을 쓰겠다고 하면 절차에 따라 그렇게 내주고 있습니다.”

-신고제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겁니까.

“현실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차별금지라는 헌법 정신에 기초해서, 또 그걸 집행하는 책무가 있는 저희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광장 사용은 허가제가 아니고 신고제입니다. 그러니까 누구라도 쓸 수 있습니다. 예컨대 성 소수자들이 그런 축제를 벌일 수도 있고 또는 반대하는 분들이 와서 반대하실 수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무튼 이 부분은 제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 게 아니고 그야말로 법을 집행하고 차별 없이 대처하는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퀴어 집회는 서울광장 사용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많이 한 것으로 압니다. 작년에 그랬다면 올해는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지도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요.

“첫해는 단순 신고에 의해서 사용하도록 했고 금년에는 일정한 조건을 달았었습니다. 시민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 하에 규율과 규제를 요청했지요. 결과적으로 음란성과 무절제성은 작년에 비하면 금년에, 다른 곳에서 하는 것보단 훨씬 더 완화됐다고 봅니다. 그리고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기독교계의 걱정과 우려를 의식하고 있었던 듯합니다.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외국에서도 사실 그렇게 진행되어 왔듯이 우리 사회에서도 자연스럽게 수위가 낮아질 것으로 봅니다.”

-또 한 가지 박 시장과 관련해 우려하는 크리스천의 목소리는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이름 문제입니다. 최근 강남구가 구민 의견을 조사한 결과를 서울시에 넘겼다고 하는데 그 내용은 응답자의 76.4%가 ‘봉은사역’보다 ‘코엑스역’ 또는 ‘코엑스역(봉은사)’을 원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당초 역 이름이 봉은사역으로 결정된 점에 의문을 품게 합니다.

“서울시장이 역명 선정에 개입할 정도로 여유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당시 문제가 돼서 알아보니 구청에서 몇 가지 역명 안을 정해 오면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지명위원회가 역명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고 합니다. 역 부근에 봉은사로, 봉은사 등도 있어서 그리 결정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이후에 새롭게 문제가 돼서 구청에서 개정요구안이 제출됐다면 절차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봅니다.”

-박 시장이 과거 봉은사 미래위원장을 맡았었다는 데 의구심을 품는 이들도 있습니다.

“저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비롯해 인권운동과 관련해 이런저런 단체에 참여해 왔습니다. 특히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등과 더불어 시민운동을 하던 시절에는 외부로부터 위원 또는 위원장으로 위촉받는 경우도 무척 많았습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당시 한나라당도 제게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와달라고 부탁할 정도였습니다. 그즈음 봉은사 미래위원회에서도 요청이 있었고요. 조직의 재정 투명성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고 하여 그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 역할을 맡았다는 점만을 들어 제가 ‘불교와는 친하고 교회에는 안티 입장이다’, 그렇게 해석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불교신도가 아닌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그렇다고 크리스천도 아니라고 하시고.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아들과 며느리가 독실한 크리스천입니다. 교회야 저도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진정한 부활을 믿고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되는 것은 실존적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아직 그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고요. 아들은 그간 병역문제 때문에,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아버지인 저 때문에 정말 터무니없는 공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온라인상에 자기 이름이 오르내리고 자신의 X선 사진이 공개되는 등, 정말 잔인할 정도의 공격이 이어졌습니다. 그때 아들은 너무나 견디기 힘든 상황을 신앙의 힘으로 견뎠습니다. 내내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 이 아버지가 들어주지 못한 고통을 종교가, 기독교가 들어주고 있는 게 아닌가, 보듬어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아드님의 믿음이 대단하군요.

"제 아들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종교의 힘이 정말 크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아들은 제게 시 한 편을 보내왔습니다. '여호와는 나의 빛이요, 나의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오. 여호와는 내 생명의 능력이시니 내가 누구를 무서워하리요.'(시편 27편 1절) 그 시편 구절은 내게도 힘이 됐지요. 지금도 참 멋진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박 시장은 마치 숨어 있는 크리스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화제를 조금 바꿔보지요. 서울시가 근현대문화유산 발굴과 복원에 힘을 쏟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근현대문화유산 중에는 기독교 근현대문화유산이 적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된 계획은 따로 없는지요.

"작년 1월 서울시는 체부동교회 건물을 근대건축물로서 역사적 가치가 크고 공동체 문화공간으로 활용도가 높다고 판단하여 매입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불교문화유산이 무수히 많은 편이고 그것을 보존하기 위해 정부나 지방정부가 재원을 함께 마련해서 지원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그런데 기독교는 근현대에 집중돼 있습니다. 하여 기독교 전래와 더불어 진행되었던 수많은 활동을 정리하여 한데 묶는 작업부터 하자는 얘기가 기독교계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기독교역사문화관 건립 얘기로군요.

"그렇습니다. 기독역사문화관을 건립하자고 해서 서울시는 교계와 MOU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이미 국비가 100억원 책정돼 있으니 서울시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내용입니다. 현재 여러 곳을 물색 중입니다만 아직 최종 결정을 못했습니다. 체부동 부근의 사직동 쪽에는 오래된 선교사 숙소가 있었습니다. 그곳을 보전하고 확대해서 마련할까 했지만 입지가 너무 좁아서 어렵다고 판단했지요. 지금은 은평구 쪽에 있는 서울시 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부지가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정부 지원과 매칭해 협력할 생각입니다."

-구 서대문형무소 인근에 있는 옥바라지 골목을 보전해야 한다는 교계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신학생들이 요즘 그곳에 모여 호소를 하는 중인데요.

"그곳에는 이미 다녀왔습니다.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남기려고 고민 중입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14곳의 기독교 근대문화유산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남대문교회, 서울기독교회관 등이 그렇고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체부동교회는 총 40여억원을 들여 매입하고 현재 시민들의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연습장소로 쓰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철거된 동대문교회도 중요한 역사문화유산이었는데요.

"동대문교회의 역사는 너무나 중요합니다만 건물이 헐려서 아쉽게 되었습니다. 초기 선교사들의 의료기관이 있었던 곳이지요. 이미 복원하기는 어렵게 되었지만 그 부근에 지금이라도 박물관을 만들어봤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최근 교계로부터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 문제도 고민해야 봐야 할 문제이지요. 서울시는 현재 '교회와 시청 협의회(교시협)'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조찬기도회나 간담회를 통해 관련 의견을 계속 청취하고 있습니다."

-기독교근대문화유산 보전도 꼭 필요합니다만,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되는 용산공원도 근대역사문화유산으로 꼽을 수 있겠지요. 용산공원은 어떻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봅니까.

"용산공원은 미래를 보여주는 시민의 공원이라야 합니다. 1882년 임오군란으로 청나라 군대가 점령한 이후 일본군, 미군이 진주해온 역사의 현장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미군이 용산기지에서 완전히 철수한 이후 상세한 현황조사를 기반 삼아 전반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간 용산공원 개발과 관련해 정부 각 부처의 나눠먹기식 개발 움직임이 있어서 서울시는 강하게 반대의견을 전달한 바 있습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년수당 사업은 현재 보건복지부와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추진할 생각이신지.

"청년들이 제출한 6300여 청년수당지원서에 쓰인 단어를 분석해보니 '없다'만 2189번이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읽다가 울었고, 그 말을 전해 듣고 저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우리 청년들의 이름이 '결핍'이어서야 되겠습니까. 복지부와는 사실 충분한 상의를 통해 당초에는 용인된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직권취소를 거론하고 있는데요, 아무튼 사업은 계속 추진할 계획입니다."

-지원자 중 최종 선발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선발되지 못한 청년들은 어떻게 됩니까.

"6300여명 중 절반만 선발되는데 아마 8월 초에는 발표될 것입니다. 선발에서 제외된 청년들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라도 이들을 지원할 방법을 모색하는 중입니다. 청년수당이 건강한 미래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보험이라고 생각하고 추진할 생각입니다."

-긴 시간의 인터뷰, 감사합니다. 끝으로 한 가지만 추가하고 싶은데 제대로 대답해 주시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박 시장은 유력한 굉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는데, 이 건은 말씀을 안 하실 거죠.

"잘 아시네요(웃음). 이른바 대권 후보라는 것이 사실 대단히 명예로운 일이긴 합니다. 제가 서울시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거나 서울 시민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면 그런 얘기 안 나오겠죠. 개인적으로 고마운 일이지만 어쨌든 제게는 서울시장으로서 직분이 주어져 있고 그런 상황에서 서울시정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자꾸 그런 질문만 한다는 얘기로군요.

"아무튼 서울시장으로서의 역할을 잘해야 하겠지요. 저도 정치인이니까요. 서울시장으로서의 성취를 이뤄야 된다는 것이 우선이고요, 그래야 정치인으로서의 미래가 있다는 것이겠지요."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이 즐겨 부르는 찬송가 중에 '이 동산에 할 일 많아 사방에 일꾼을 부르네 곧 이날에 일 가려고 누구가 대답을 할까'(삼천리 반도 금수강산)라는 남궁억 시인의 노랫말이 있습니다. 이렇듯 시대가 박 시장을 부르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지금 정말 응답하지 않을 겁니까.

"그런 유도신문에는 안 넘어갑니다."(웃음)

박 시장은 오는 10월로 서울시장에 취임한 지 만 5년을 맞는다. 줄기차게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달려왔지만 지난 5월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를 계기로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고 한다. 혹 자만하고 감수성이 무뎌진 것은 아닌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시정에 임하겠다고 하는 그에게 유력 대선주자 운운하는 것이 되레 무례한 물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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