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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C가 제 10차 WCC 총회 장소를 부산 벡스코에서 서울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키로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위원회 조직 …부산 등 한국교회 비판여론 거세다

제 10차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회’(KHC,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의 논란이 끝을 보이지 않는다. ‘1.13 선언문 파동’에 이어 이번에는 총회이전을 추진하겠다고 해 구설수에 올랐다.

23일 오전 서울 정동의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가진 KHC 상임위원회가 10월 말 WCC 총회 장소를 부산에서 서울로 옮기기 위한 위원회를 조직하기로 했다. 이날 장소이전 검토는 김삼환 상임위원장의 강력한 발언에 따라 참석한 위원들이 동의함으로써 결정됐고, 회원교단장들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장소 이전을 검토하기 위한 논의가 있었고, 그것을 위한 위원회를 회원교단장 중심으로 조직하기로 했다”면서, “일단 검토한 이후에 WCC 본부와 협의할 생각”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총대들이 서울을 거쳐 부산으로 내려가야 하고, 주말 프로그램에 서울로 올라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다가 부산의 반대 여론이 너무 높은 것이 장소이전 검토의 요인”이라며, “무엇보다 새벽교회 참관 프로그램이 잡혀 있고 큰 규모의 교회들이 서울에 있어 이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제라도 서울로 옮기는 것이 타당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전 장소와 관련해 그는 “숭실대학교나 연세대학교 등 대학 캠퍼스를 제1안으로 삼아 장소를 물색하기로 했”지만, “학기중이라서 캠퍼스가 마땅하지 않으면 개교회에서 여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 장소가 명성교회냐는 질문에 그는 “그 교회는 너무 사이드라 호텔 등의 숙소를 해결하는데 문제점이 있으나 완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즉 명성교회도 염두에 둔 장소이전 검토로 해석되는 사안이다.

총회 180여 일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KHC가 장소 이전을 검토키로 했다는 소식에 회원교단 및 에큐메니칼권 관계자들은 “이제 와서 장소이전을 검토하겠다는 것이 뭔 말인지 모르겠다”며 “KHC가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당최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KHC가 현 시점에서 장소이전을 검토한다 해서 절차를 거쳐 이미 확정된 장소가 변경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WCC 중앙위원회를 통해서 결정된 장소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APC(WCC본부의 총회준비위원회)의 검토와 의결을 거쳐야 하고, 중앙위원회를 열어 재결정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총회 이전까지 APC는 물론 중앙위원회가 예정돼 있지 않다.

KHC 관계자들은 WCC의 임시 중앙위원회 개최를 염두에 두었거나, 그렇지 않으면 WCC 총무 등 사무국 관계자들과 협의를 통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KHC의 ‘자의적인 생각’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전자를 염두에 두었다면 그만한 상황이 되어야 하고, 명분이 있어야 하지만, 이 모두를 충족시킬 만한 상황이 아니다.

더구나 울라프 WCC 총무가 최근 한반도 긴장과 관련 “부산 외 총회장소를 생각한 적이 없다”고 밝힌 마당에 KHC가 부산지역의 반대여론을 핑계로 장소를 이전하겠다는 것은 명분도 없고 설득력도 낮다. 설령 임시 중앙위원회가 열린다 한들 내로라 하는 중앙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말 그대로 ‘착각’일 수 있다.

후자의 판단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면 WCC 총회를 준비한다는 이들의 사고방식을 의심해야 할 사안이다. WCC 본부 관계자들을 움직여 총회장소를 이전할 것이라고 분석하는 것은 KHC 관계자들을 너무 경시하는 것일 수 있다.

KHC가 총회장소 이전을 검토키로 한 것은 한국교회는 물론 WCC 총대들에게 혼란을 주기에 충분하다. 당장 이에 대한 비판여론이 뜨겁다.

부산의 한 목회자는 “이제 와서 총회장소를 서울로 옮기겠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동안의 분탕질도 모자라 이제는 부산지역 그리스도인들의 자존심까지 건드리는 것이 아니냐”고 분개했다.

회원교단의 한 관계자는 “총회 유치 당시 벡스코로 장소를 결정한 것은 모든 상황을 검토한 후 이루어진 사안”이라며, “총회 180여 일을 남기고 있는 상황에서 총회장소 변경을 검토키로 한 것 자체가 혼란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KHC는 23일 회의후 공식 브리핑을 통해 전국을 돌며 WCC 10차 총회의 의미를 알리는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보수 신학자들을 토론의 장으로 공개 초청해 한국 신학자들의 입장을 WCC 총회에 전달하는 통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KHC는 지난 11일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빛의 순례를 6대륙의 총회개최지를 돌며 계속해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한편 WCC 총회와 관련한 왜곡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다만 보수 신학자들과는 대화를 통해 WCC와 관련된 신학적 이슈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박종화 목사는 한반도 문제를 담은 문서가 제네바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한반도 평화 문서에 한국 교회의 의견도 반영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회와 함께 문서작업을 진행하고 오는 5월 말 스위스에 한국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KHC는 반대운동에 대한 대응을 위해 팀장과 간사 등 내부 조직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총 20여 명의 인원을 충원해 인터넷에 확산된 안티 WCC 활동에 대응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주요 직책으로 WCC 본부와의 협력을 위해 제네바 WCC총회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자 WCC 실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해선 전도사를 사무처장에 임명키로 하고, 국내 협력을 위해 WCC 총회 유치 당시 교회협 총무를 맡았던 권오성 목사 역시 사무처장에 초청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해선 부위원장은 “사전이나 사후에도 이러한 직책에 대해 저와 상의 한마디 없었다”며, “어떤 직책을 맡길 때 당사자와 상의하는 것이 기본예의인데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기자들에게 이를 공표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고 되물었다. 그는 “받아들일 용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교회협과 WCC 4개 회원교단과 사업 및 예산에 대해 협의할 수 있다며 한 발 물러서는 입장을 보였지만 장소이전 검토 논의에서 볼 수 있듯이 교회협 및 회원교단을 배제하는 태도는 여전했다.

이날 박종화 목사는 “사업과 예산은 윤곽만 통과된 것”이라며 “교단 총무와 집행위원장이 모여서 토론할 공간이 열려 있다. 예산과 사업은 확정됐지만 조정은 집행위원회에 위임된 것이다. 지금은 상임위원회와 준비위원회 내부에서 누구도 독주할 수 없다”고 말했다.

WCC 총회를 6개월 여 앞둔 시점에서 이영훈 목사가 상임위원회 사표를 제출한 것도 확인됐다. 이영훈 목사는 “기하성이 WCC 회원 교단이 아니고, 교회 내부의 문제도 있으며 국내외 일정과 직책이 많아 WCC 업무를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사표를 보내왔다.

이에 대해 상임위원회는 사표 ‘반려’를 결정하고 더 적극적으로 책임을 감당해 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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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4-23 19: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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