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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던 홍콩은 죽었다..싱가포르로 떠날 것" -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 우려 커져, 투자자금 유치도 어려워져 싱가포르 등 다른 곳 이전 검토
  • 기사등록 2020-06-10 12: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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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금융지구. /사진=AFP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홍콩을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홍콩 펀드매니저와 트레이더들은 지난달 말 중국 공산당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초안을 통과시키면서 '홍콩 이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은 규제가 적고 세금 부담이 낮아 아시아에서 헤지펀드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으로 꼽힌다. 420개 이상 펀드 회사들이 입주해 있다. 싱가포르에서 영업 중인 헤지펀드사보다 80개 이상 많은 수다. 홍콩 펀드사가 운용 중인 자산은 910억달러(약 108조9643억원)로, 싱가포르와 일본, 호주 펀드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

하지만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 우려로 홍콩이 아시아 금융허브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익명을 요구한 홍콩 한 헤지펀드 종사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홍콩은 죽었다"며 "홍콩은 중국의 다른 도시와 똑같이 될 것이다. 헤지펀드들은 싱가포르 등 다른 곳으로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헤지펀드의 아시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소셜미디어의 자유가 없어지고, 무료 인터넷 접속이 사라지며 자본이 통제되고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지면 우리는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금융업계가 이처럼 우려하는 것은 중국 본토 규제당국이 하락장에서 외국 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한 헤지펀드 관계자는 "공매도 투자자, 행동주의 투자자는 (홍콩보안법 도입 이후) 기소에 더 취약해질 것"이라며 "이들은 몇 년 안에 홍콩을 떠날 시간표를 짜고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홍콩 언론을 통제해 객관적인 시장 정보를 얻지 못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또 다른 헤지펀드 관계자는 "우리는 정치로 인해 왜곡되지 않은 객관적인 정보가 필요하다"며 "홍콩 언론이 새로운 법에 따라 억압받는다면 투자 결정에 정치적 선전이 개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중국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 폐막에 앞서 홍콩보안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홍콩의 반중 인사를 처벌하고 공안의 홍콩 주둔을 공식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미 홍콩 헤지펀드에선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연초 이후 4개월간 홍콩 헤지펀드 시장에서는 310억달러(약 37조7500억원)가 빠져나갔다. 특히 설립 초기 펀드들의 자금 이탈이 심했다.

이 때문에 홍콩에서는 투자 손실 전액을 보전해주는 헤지펀드도 등장했다. 홍콩 인피니 캐피털매니지펀드는 신규 투자 자금 유치 어려움에 지난 3일 투자손실의 100%를 충당해주겠다고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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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6-10 12: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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