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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처치 주제 목회학 석사학위 이재훈 다건연세내과의원 원장 - “선제적 방역 통해 교회 사역 지키는 ‘메디컬처치’ 도입할 때”
  • 기사등록 2021-03-12 21: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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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원장이 11일 경기도 화성 다건연세내과의원에서 방역 매뉴얼을 구축하고 방역 당국과 적극 소통하는 ‘메디컬 처치’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 서동탄역 인근 다건연세내과의원 벽에는 ‘하나님을 경외하고 선교와 전도에 힘쓰는 병원’이라는 표어가 붙어있다. 다건이 ‘다 같이 건강한’의 줄임말인 줄 아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다윗의 열쇠(건·鍵)’의 줄임말이다. 천국열쇠를 갖고 계신 예수님을 의미한다.

이재훈(53) 원장은 최근 ‘전염병과 팬데믹 상황에서 메디컬 처치의 운영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칼빈대 신대원에서 목회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식에서 최우수 논문상까지 받은 그는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 내 의료봉사위원회 의료전도사로 지난 1년간 방역 최전선에 있었다. 논문에는 신앙과 의료의 균형이 왜 필요한지 방역현장에서 체험한 내용을 담았다.

이 원장은 11일 “잘못된 믿음은 하나님이 주신 의학이라는 일반은총을 무시하고 무지의 자리로 이끈다”면서 “안타깝게도 일부 교회가 의학적 지식 부족으로 반기독교 세력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무지한 데다 전략·전술조차 없었던 결과”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기독교 역사를 연구해 보니 전염병과 교회는 상관성이 매우 컸다. 14세기 흑사병의 창궐을 무시하고 교황 중심으로 모였던 중세교회는 맹목적 신앙으로 사회에서 오히려 민심을 잃고 도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지어 믿음을 북돋는다며 순회전도단을 만들어 신도들을 독려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방문한 곳마다 페스트가 창궐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위기상황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종교개혁자, 구한말 콜레라에 걸린 환자를 돌봤던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들로 교회는 부흥했다”면서 “이처럼 역사상 교회는 전염병과 질병 앞에서 무지의 문제를 어떻게 잘 다루느냐에 따라 미래가 바뀌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목회 소명을 받고 2018년 칼빈대에 진학한 이 원장은 의료봉사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새에덴교회 방역 책임자가 됐다. 지난해 2월부터 감염확산이 고조될 때마다 5분짜리 방역홍보 영상을 촬영하고 직접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행동지침을 제시했다. 매주 12명의 부서 팀장과 방역대책을 논의하고 확진자 접촉 여부, 교구별 성도들의 건강상태를 점검했다. 일례로 교회 인근 초등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그 주는 해당 초등학교 학생은 물론 학년 전체까지 교회에 나오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이 원장은 “루터는 전염병과 투쟁을 믿음이 요구되는 영적 싸움으로 봤으며 소독과 환자격리는 물론 약물사용, 간호, 장례까지 책임졌다”면서 “칼뱅도 제네바에 페스트가 창궐했을 때 제네바 당국과 구빈원을 세워 환자들을 돌봤다. 한국교회도 이처럼 치료와 목회적 돌봄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도 수가 수만 명인 새에덴교회에도 위기는 닥쳤다. 외부 감염자가 교회를 방문한 사례가 3차례 발생한 것이다. 의료봉사위원회는 즉각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방역당국 조사 전에 동선에 따른 CCTV 영상을 학보하고 감염자 주변에 있던 성도의 검사와 자가격리를 지시했다.

‘메디컬 처치’의 개념은 소강석 목사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칼뱅이 제네바에서 구빈원과 환자 심방을 통해 페스트로부터 교회와 제네바를 구한 역사적 교훈에서 힌트를 얻고 이 원장을 책임자로 세운 것이다.

메디컬 처치는 단순히 병원교회 개념이 아니다. 전문 의료지식을 갖춘 위원회가 방역 매뉴얼을 구축하고 방역당국과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는 교회 내 새로운 사역을 말한다.

이 원장은 “만약 교회 내 의료인이 없다면 노회나 총회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방역 책임자를 세우고 구체적 지침을 만들어 선제 대응해야 한다”면서 “지금이라도 교회는 코로나19 이후 닥쳐올 또 다른 전염병을 막을 매뉴얼을 만들고 예배와 전도사역을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고대부터 신학과 의학은 하나였지만 의학의 발달로 영혼의 문제는 목회자가, 육체의 문제는 의사가 다루게 된다”면서 “하지만 지금도 영혼과 질병 문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목회자는 영의 세계는 물론 공공위생, 방역, 의학 지식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14일 새에덴교회에서 ‘메디컬 처치’를 주제로 설교한다. 9월부턴 칼빈대에서 ‘의료와 목회’를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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