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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CEO 출신 6인 “젊은 창업자 돕는 엔젤이 우리 미션” - 2019년 같은 해 은퇴한 베테랑들 ‘긍휼 실천하는 회사’ ‘엔젤식스’ 세워
  • 기사등록 2021-04-23 22: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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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식스플러스는 전직 LG그룹 계열사 CEO들이 긍휼의 마음으로 벤처 창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2019년 설립됐다. 왼쪽부터 이우종 전 LG전자 사장, 신문범 전 LG전자·LG스포츠 사장,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 박종석 전 LG이노텍 사장, 유진녕 전 LG화학 사장과 김종립 전 지투알 사장.
천천히 망하는 게 목표라는 이상한 회사다. 평균 나이 만 64세인 6명의 회사 대표는 ‘아재개그’로 웃음을 만들다가도 대화하며 결론을 도출하는 ‘집단지성’의 힘을 보여준다.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엑셀러레이터 기업인 엔젤식스플러스.

회사를 이끄는 6명은 모두 전직 LG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다.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 유진녕 전 LG화학 사장, 이우종 전 LG전자 사장, 박종석 전 LG이노텍 사장, 신문범 전 LG전자·LG스포츠 사장과 김종립 전 지투알 사장이다. 이들은 2019년 퇴직 후 엔젤식스를 설립했다.

기독교 기업이라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경영철학엔 기독교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엔젤식스 사무실에서 6명의 대표를 만났다.

박 전 부회장은 “우리를 찾아오는 사람은 어려움이 있어서 온다. 하나님이 말씀하신 긍휼을 실천하는 게 바로 우리 회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사장은 “‘천천히 망한다’는 말을 오해하면 안 된다. 재무적인 얘기가 아니라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위해 우리가 가진 경험과 가치를 드리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전공 분야도 연령도 제각각인 이들이 모인 이유부터 궁금했다. 연결고리는 많았다. 먼저 ‘LG 졸업동기’다. 6명 모두 2019년 은퇴했다. 박 전 사장은 “은퇴 후 LG에서 제공하는 사무실에 함께 있었다. 5명은 5층, 김종립 사장은 아래 층에 있었다”고 전했다.

쟁쟁한 이력 역시 또 다른 공통점이다. 박 전 부회장은 럭키(현 LG화학)부터 42년간 정통 화학맨으로 살았다. 2013년 CEO 취임 후엔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를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키웠다. 유 전 사장은 LG화학 고분자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연구원장으로 현역을 마친 정통 최고기술경영자다. 이 전 사장은 옛 대우자동차부터 LG그룹까지 총 40년간 자동차 산업에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했다. 박 전 사장은 38년간 LG 디지털TV와 스마트폰, 전자부품 분야를 총괄하며 스마트폰 ‘G시리즈’의 혁신을 주도했다. 신 전 사장은 글로벌 시장 개척에 힘써 온 영업·마케팅 대가다. 김 전 사장은 광고마케팅 한길만 걸어왔다. 대한항공, 배달의민족, LG시그니처 등 유명 광고 캠페인을 만들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30년, 40년 제조업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를 창업을 꿈꾸는 젊은 세대에게 알려주자는 데 뜻을 모았다. 생활밀착형 아이템보다는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게 목표다.

또 다른 공통점은 이들 중 5명이 기독인이라는 점이다. 박 전 부회장은 인천제일교회에 65년간 출석한 장로이고 박 전 사장도 경기 원천안디옥교회 장로다. 이 전 사장과 김 전 사장은 각각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와 서울 송파구 주님의교회에 출석 중이다. 유 전 사장은 특정교회에 등록하지 않는 노마드 성도다. 자연스럽게 기업을 운영하며 기독교 정신이 투영됐다. 이 전 사장은 “엔젤기업으로 성장하려는 그들에게 천사처럼 힘이 돼 주려고 엔젤식스라 이름 붙였다”고 했다.

자신들의 경험을 담아 기독 청년들이 오피니언 리더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부분도 이야기했다. 박 전 부회장은 “천천히 가도 예배드리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기업을 경영할 때도 하나님 향기를 내야 한다”며 “무엇보다 형통한 자인 요셉처럼 구성원 모두가 잘되는 회사로 만들려는 마음을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전 사장은 “지금까지 살면서 긴 목표를 갖고 살았던 적이 없었다. 기독 청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살았으면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조직 안에서 기독 청년이 갖춰야 할 됨됨이도 이야기했다. 이 전 사장은 “신앙의 가정에서 자라며 배운 건 ‘범사에 감사하라’였다. 그걸 마음에 새기고 사니 교만함도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미션계 중·고교를 나와 자신을 준기독인이라 말하는 신 전 사장은 하루 30분, 묵상 시간을 제안했다. 그는 “과거를 성찰하고 바른길로 가고 있는지 하나님, 나 자신과 대화하면 좋은 길이 보일 것”이라고 했다.

박 전 사장은 “하나님은 혁신을 좋아하셔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우리에게 오셨다”며 “혁신은 문제의 발견에서 비롯된다. 창업을 준비하는 기독 청년들도 문제를 인식해 해결책을 고민하면 창업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며 창업 노하우를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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