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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시니카유니온 신광철 회장, 참전용사 20여년 후원 - 한국전 참전 28개국 원두커피 들여와 판매, 잊혀진 용사들 섬긴다
  • 기사등록 2021-05-01 17: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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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시니카유니온 신광철 회장이 최근 강원도 춘천 로스팅 공장 사무실에서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를 돕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올해는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70주년이다.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대부분의 나라가 1951년 한국전에 뛰어들었다. 현재 생존한 해외 참전 용사는 11만여명이다. 미군이 10만여명이고 에티오피아 100여명, 콜롬비아 400여명, 터키 1500여명 등 나머지가 1만여명이다. 이중 선진국 참전 용사는 국가의 도움으로 살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많다. 이들을 20여년 전부터 돕다가 커피원두를 수입하게 됐고 이를 팔아 후원하는 회사가 있다. 원두커피 수입 및 판매업체 아비시니카유니온이다.


아비시니카유니온은 한국전 참전국 28개국에서 원두 35종을 들여와 커피 70개 종류를 만들어 팔고 있다. 최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있는 한국전쟁참전국 기념사업회 사무실과 강원도 춘천 커피 로스팅 공장에서 아비시니카유니온 신광철 회장을 만났다. 신 회장은 한국전쟁참전국 기념사업회 회장도 맡고 있다.


신 회장과 에티오피아의 인연은 중2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 회장은 68년 하이레 셀라시에 에티오피아 황제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게 됐다. 황제는 춘천 참전기념탑 제막식에 참석했고 신 회장은 이날 동원된 학생들 틈에 있었다. 그때는 에티오피아라는 나라가 있는구나 정도만 생각했다. 그러다 95년 MBC가 한국전쟁 45주년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잊을 수 없는 전쟁 잊혀진 용사’라는 제목으로 신 회장 친구가 제작했다. 그래서 그도 이를 눈여겨 봤다.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용사의 힘겨운 삶을 다룬 것으로 신 회장은 그 누구보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봉사단체 로터리클럽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


신 회장은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돕기를 실행에 옮겼다. 에티오피아를 방문해 참전용사를 위한 행사를 열고 유럽지역의 참전용사도 만났다. 그러면서 참전용사 돕기를 범 로터리클럽 차원으로 확대했다. 96년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 후원회를 만들고 총무·상임이사를 맡았고 에티오피아를 포함해 참전국 16개국, 의료지원국 6개국, 물자지원국 38개국에 관심을 두고 돕게 됐다.


신광철 회장이 2016년 5월 27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65주년 기념식에서 한 노병과 찍은 사진.


원두 수입은 이들을 돕다가 시작한 일이다. 2000년 봄 서울 한남동에 있는 에티오피아 대사관에서 연락이 왔다. 대사관을 철수하지만 교민 700여명은 누군가 도와야 하니까 도와 달라고 했다. 나라가 가난하니까 따로 줄 것은 없고 에티오피아 커피를 주겠다고 했다.


에티오피아는 아라비카 커피의 원산지이자 아프리카 최대의 커피 생산국이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커피를 관리하며 수출 분량도 나라별로 정했다. 신 회장에게 40 컨테이너 분량의 720t을 할당해 주겠다고 했다. 한국에도 커피 산업이 성장할 것 같으니 수익성이 충분하다며 이를 통해 참전 용사를 더 도우면 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그래서 정부가 관리하는 에티오피아 커피를 독점 수입하게 된 것이다. 아비시니카는 에티오피아 국가브랜드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현재 정부와 민간이 50%씩 관리한다.


지금은 수입사업을 확대해 다른 참전국 커피도 수입하고 있다. 그러면서 쇼핑몰 상세 페이지 등을 통해 이들 나라의 한국전 참전 이야기를 국내에 알리고 있다.


“도움받은 우리는 사실 기억도 못하는데 우리를 도와준 저들은 후손까지 한국전쟁을 기억하고 한국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또 자기들이 도와준 나라가 지금은 세계 강국이 돼 잘살게 됐다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자기 나라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친절을 베푸는데 우리는 왜 도와주는지도 몰라요.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고 은혜를 갚아야 합니다.”


춘천 로스팅 공장 전경.


커피사업을 통해 참전용사들을 도와주면서 어려움도 많았다. 로스팅 공장을 파주에서 춘천으로 옮긴 후 재산권을 행사 못해 힘들기도 했다. 아비시니카유니온 땅 5만6198㎡(1만7000평)가 한동안 문화시설 지구로 지정됐었다. 또 당시 엔화로 대출받았는데 엔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기도 했다. 아비시니카유니온은 2014년 8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 2019년 11월 졸업했다.


신 회장은 “이 과정을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극복했다”고 했다. 신 회장은 춘천 만천감리교회 권사다. 96년 3월 교회가 궁금해서 스스로 찾아갔다가 성도들의 시골 인심에 끌려,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고 두 아들 중 막내는 감리교 목회자가 됐다.


한국전 참전용사를 돕는 것은 신앙과 관련이 깊다. “참전국 중 각각 이슬람, 불교, 힌두교 국가 외에는 모두 기독교 국가예요. 참전용사들에게 은혜를 갚고 섬길 책임이 우리 한국교회에 있습니다. 우리가 이들 나라의 커피만 사줘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는 “교회 카페가 28개국 좋은 생두를 쓰는 아비시니카 원두만 사줘도 이들에게 큰 격려가 된다”며 “네이버에서 ‘오마이카페’를 검색해 구매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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