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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사회를 대비하자 - 정재영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종교사회학)
  • 기사등록 2016-04-09 08: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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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교수미래 사회의 도래

미래 사회로의 진입이라고 여겨졌던 21세기 새로운 밀레니엄으로 접어든 지 16년째 접어들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미래 사회의 징후로 여겨지던 현상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미래 사회에 대한 준비는 여전히 미흡해 보인다. 그것은 미래 사회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현재의 삶이 힘겹다보니 미래를 준비할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인공지능인 알파고와 인간 사이의 바둑 대결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른 어떤 종목보다도 경우의 수가 많은 바둑에서, 과연 컴퓨터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길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과는 컴퓨터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 사건은 아직은 멀게만 느껴졌던 미래 사회가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스럽게 느껴지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미래 사회에 대한 다양한 전망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년 안에 현재 직업 중 50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든지, 미래 사회에서는 결국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든지, 이에 대해 반대편에서는 지나친 기우라고 하는 등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미래 사회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현재의 통계 지표에 따라 가까운 미래를 전망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 한국의 사회지표’는 많은 점에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인구 구성의 변화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에 5천216만 명으로 정점에 도달한 이후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구의 중간 연령을 의미하는 중위연령은 2000년에 이미 31.8세로 30세를 넘어섰고, 2014년에 40세를 넘었으며, 2015년에는 40.8세 그리고 25년 후인 2040년에는 50세가 넘는 52.6세가 될 것으로 예측되어서 매우 급속한 인구 고령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2015년 고령 인구 비중은 13.1%로 유소년 비중 13.9% 추월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고령인구 비중은 2040년엔 32.3%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따라서 미래 사회와 관련해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인구 추이와 관련된 것이다. 경영학자이자 미래학자로서도 정평이 나 있는 피터 드러커는 <넥스트 소사이어티>에서 “미래사회는 고령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함께 진행되는 젊은 인구의 급속한 감소로 인해,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다른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2000년에 UN이 정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고령화 사회

우리나라 인구 구성의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가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전체 인구의 20%가 고령인구인 사회)로 이행하는 데 무려 155년이나 걸린 반면, 한국은 단 26년 만에 도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유소년인구 100명에 대한 65세 인구를 뜻하는 노령화 지수는 1990년 20.0명에서 2015년 94.1명로 4.7배나 증가했으며, 25년 후인 2040년에는 현재의 3배 이상 증가하는 288.6명이 되어 인구 고령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UN의 예상대로라면 2026년에 우리 사회는 초고령 사회로 탈바꿈하게 된다. 우리는 세계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급격한 인구 변동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구 고령화의 문제는 사회학에서 말하는 ‘자연의 사회화’와 관련된다. 자연의 사회화란 자연적인 현상조차도 사회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개념으로, 과학기술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늙지만 여전히 건강하고 더 오래 살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경험이 중요했던 전통 시대에서 노인은 ‘지혜의 보고’로 여겨지며 전통 사회에서 가족의 재산은 모두 가부장이었던 노인에게 귀속됐던 반면에, 오늘날 노인의 경험은 큰 쓸모가 없으며 재산도 가족구성원들이 각자의 직업에 따라 형성되기 때문에 노인 공경의 물적 토대가 사라지게 됐다. 특히 노인들을 극진히 공경했던 자신들이 지금은 거의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현재의 노인들이 겪는 혼란과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경 사회에 기반을 한 유교 윤리로 노인 공경의 당위성을 강조해도 요즘 세대에게는 설득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대에 맞는 노인 공경의 윤리가 계발돼야 한다. 또한 주위에 있는 어려운 노인을 돕고 독거노인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등의 봉사는 계속돼야 하겠지만, 여전히 활동이 가능한 노인들이 많으므로 이들을 단순한 봉사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이들이 스스로 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원봉사 활동에는 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고 재능 기부의 의미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공동체 운동의 참여

일반적으로 노인은 서비스 제공자보다는 서비스를 받거나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복지서비스의 대상인 요보호 노인은 전체 노인 중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생각보다 건강하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으며 평생을 통해 축적한 많은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이들 중에 많은 노인들은 실제로 사회 활동을 원하고 있으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노인들의 건강 수준이 향상되고 있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고령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사회복지 측면에서도 민간 부문의 협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노인들의 참여가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마을 만들기와 같은 지역 공동체 운동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역 공동체 운동은 다양한 인적 자원을 필요로 하는데 환경보전, 평생교육, 다문화 교육, 마을 기업 등의 활동에 경험이 풍부한 노인들의 참여는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 공동체 운동은 단시간에 끝나는 일회용 행사가 아니고 장기간의 시간을 요하는 데다가 지역 활성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노인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보기를 들면 일본의 경우와 같이, 생협과 사회복지 서비스를 결합한 형태로 복지클럽 생협과 같은 것을 운영하면서 복지관이나 간호직 출신의 노인들이 또래 노인 돕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고, 청소년 가장들이나 어른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소외계층에게 양조부모가 되어줄 수 있고, 다문화 가정, 새터민 가정들에게 사회에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또한 마을 만들기와 관련하여, 역사 자원을 활용하여 역사 마을을 만드는 데 역사 지식이 풍부한 노인들이 문화재나 유적지 보존에 도움을 주고 유물에 대한 설명을 해 주거나 도시에 텃밭을 가꾸는 데 농사 경험이 있는 노인들이 자문 역할을 하며 도움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데, 인문학 전공 은퇴자를 활용해서 이러한 인문학 강좌를 교회에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 안에 다양한 인적, 물적, 제도적 자원이 풍부하므로 이러한 지역공동체 운동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노인들이 함께 참여한다면, 노인들 스스로도 주인 의식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도 다양한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으므로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폭넓은 지역 공동체 운동에 대한 관심과 함께 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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