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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반성폭력센터 출범 "교회 성폭력, 전담할 것" - 성폭력을 신앙적 행위로 둔갑시키는 것이야말로 '이단'
  • 기사등록 2018-07-24 22: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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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성폭력 근절을 위한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23일 공식 출범했다.ⓒ데일리굿뉴스

2010년 당시 삼일교회 담임목사였던 전병욱 목사의 성범죄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른바 개신교발 미투 운동이 시작됐다. 전 목사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교회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일교회(송태근 목사)와 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 박종운·방인성·윤경아)는 기독교반성폭력센터(이사장 박종운 변호사)를 공동 설립했다.



성폭력을 신앙적 행위로 둔갑시키는 것이야말로 '이단'



박종운 이사장은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출범 선언 기자회견에서 "전국에 180여 곳의 성폭력 상담소가 있지만 교회 성폭력을 전담으로 다루는 단체는 없었다"면서 "성폭력 문제를 기독교적으로 풀어나가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성범죄 예방 교육과 피해자 지원에서 더 나아가 가해자도 잘못을 깨닫고 회개해서 공동체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기존의 성폭력상담소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에 초점을 두는 '응보적 정의'를 추구했다면,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회복적 정의'를 추구하겠다는 것. 이는 형벌을 기본으로 하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진정한 회개를 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가해자 역시 치유되고 회복돼야 한다는 관점이다.



박종운 이사장은 "대부분의 교회 성폭력이 목회자와 교인 사이의 수직적 위계질서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권력형 성폭력'이란 사실은, 가해자인 목회자에 대한 상담과 교육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가해자가 회개하지 않으면 성폭력 문제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의 경우, 피해자나 가해자 이외의 제3자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성폭력 사건이 다르게 전개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목회자가 절대적인 종교적 권위를 갖는 교회 공동체에서 피해자는 원인을 제공한 '꽃뱀', 심지어는 목회자에 대한 불순종을 이유로 '이단' 취급을 받기도 한다.



박 이사장은 "오히려 그 순간만큼은 성폭력을 신앙적 행위로 둔갑시키는 목회자가 '이단적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교회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경우 교인들은 피해자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교회 공동체가 성폭력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동안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사실당 교단 차원에서 가해자에 대한 제재가 이뤄진 경우는 드물었다. 성폭력 관련 규정이 전무한 데다,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성폭력 범죄의 특성상 교회 재판이 열리더라도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다가 결국 약자인 피해자의 말이 무시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교회 재판이 권징 기구로서의 역할과 신뢰성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애희 센터장은 "교단 재판 구조 자체의 개혁과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재판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위해서는 성폭력 전문가들의 시각이 반영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처벌 규정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교회 성폭력에 기여하는 가부장적인 문화와 성차별적 관념을 해소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박종운 이사장 역시 "성폭력 목회자를 처벌한다는 조문 하나 고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식 출범한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피해자 상담 지원과 산부인과·정신과 등의 의료 서비스, 법률적 지원 뿐 아니라 교회의 구조적 문제와 신학적 해결을 통한 근본적인 예방책을 세우는 등 교회 성폭력의 토탈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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