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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의 두글자 발견 : 성경 속 식물 ‘종려나무’ - 예수님 예루살렘 입성 종려나무 가지로 맞이한 까닭은
  • 기사등록 2020-08-01 23: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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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국민일보, 뉴콘텐츠부장 겸 논설위원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기 위해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 성으로 입성하실 때, 백성들은 왜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었을까. 프랑스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 트로피는 왜 종려나무 잎사귀 모양일까. 세례 요한이 광야에서 먹었던 석청(꿀)이 종려나무 열매인가.



성경을 읽다보면 궁금증을 일으키는 단어들이 많다. 종려나무는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중요한 식물 중 하나다. 성경에 종려나무로 지칭되는 것은 ‘대추야자 나무’이다. 히브리명 타마르, 헬라명 포이닉스이다. 종려나무는 존경과 기쁨, 승리와 번영을 상징한다.(레 23:40, 시 92:12, 사 9:14) 또 의인(시 92:12) 신부의 품위(아 7:7~8) 이스라엘 통치자(사 9:14) 멸망(요엘 1:12) 등에 대한 의미로 사용됐다.



종려나무 성읍, 여리고



성서 시대 상인과 순례자가 사막을 여행할 때 멀리 종려나무가 보이면 깊이 안도하고 기뻐했다. 종려나무 숲 인근에 오아시스 즉, 샘물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뜨거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할 때의 기쁨은 비할 데 없이 컸을 것이다. 성경에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를 지날 때 오아시스 옆에 있는 종려나무 아래 머물렀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들이 엘림에 이르니 거기에 물 샘 열둘과 종려나무 일흔 그루가 있는지라 거기서 그들이 그 물 곁에 장막을 치니라.”(출 15:27) 이런 이유로 유대인들은 초막절에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40년 동안의 광야 생활을 기념한다.



성경에서 주변에 종려나무가 많아 ‘종려나무 성읍’으로 불리던 곳이 있다. 여리고는 ‘종려나무 성읍’으로 언급된다.(삿 1:16; 3:13, 대하 28:15, 신 34:3) 여리고는 이스라엘의 요르단강과 사해(死海)가 합류하는 지점에 있으며, 지중해 해면보다 250m 낮다. 오아시스 근처에는 길이가 15m 넘는 종려나무들이 신기할 정도로 쑥쑥 자라 숲을 이루고 있다. 종려나무는 뿌리가 100m 이상 깊이까지 뻗어가기 때문에 사막성 기후에 잘 자란다.



광야 사람들은 종려나무를 생명나무로 불렀다. 생력이 강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열매의 영향이 크다. 종려나무는 야자나무와 비슷하게 생겼다. 열매는 대추 모양과 비슷하나 크기는 대추보다 3~4배 크며, 맛은 꿀에 절인 듯 달콤하다. 종려나무는 100~150년 동안 풍성하게 열매를 맺어 유대인들에게 다산을 상징한다. 실크로드가 개발되고 대상들이 먼 길을 왕래할 수 있었던 것도 종려나무 열매 덕분이라고 전해진다. 지금도 사막에 사는 베두인족은 말린 종려나무 열매를 주식으로 삼는다.



성경에 종려나무 가지가 등장한 대표적인 장면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이 아닐까.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기 위해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 성으로 입성하실 때 백성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면서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찬송하리로다”라고 외쳤다. “종려나무 가지를 가지고 맞으러 나가 외치되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 곧 이스라엘의 왕이시여 하더라.”(요 12:13) 종려 주일이란 이름도 예루살렘 입성 때 종려나무 가지를 사용한 데서 유래했다. 성서 시대 사람들은 왕이나 개선장군이 입성할 때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환영했다.



프랑스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이란 이름도 명예 승리 부활을 상징하는 ‘종려나무’에서 따온 것이다. 1955년부터 칸시의 상징인 종려나무 잎을 상징으로 채택했으며, 1975년 제28회 때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이 확정됐다. 황금종려상 트로피 역시 칸의 크루아제 거리에 늘어선 종려나무의 잎사귀를 형상화한 것이다.



성경에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민 14:8)이란 표현을 살펴보자. 여기서 젖이란 양젖을 말하며 꿀이란 종려나무 열매가 뜨거운 태양열에 녹아 마치 꿀같이 흘러내린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즉 양 떼가 많고 꿀같이 맛좋은 열매가 풍족해서 살기 좋은 땅이란 의미이다. 또 세례 요한이 광야에서 먹은 메뚜기는 쥐엄나무 열매이며 석청은 종려나무 열매이거나 그 열매로 만든 꿀이라고 성서 식물학자들은 추정한다.



지오토 디 본도네의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님’(1302~1305·프레스코화·파도바 스크로베니성당 소장).

의인(義人)을 닮은 종려나무



종려나무의 생명력은 경이로울 정도이다. 식물학에서 종려나무는 불사조를 뜻하는 Phoenix(야자나무 속의 총칭)란 이름이 붙어있다. 강력한 태풍이 불어도 서너 시간 정도 구부러져 있다가 다시 일어난다. 생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종려나무는 구부러져 있을 때 그 뿌리가 오히려 강해진다고 한다. 강풍을 이겨낸 후 더 튼튼하고 크게 자라난다. 종려나무의 그루터기를 불태워도 그 그루터기에서 다시 싹이 나고 자라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종려나무는 로마에 대항하는 유대인들의 민족주의를 상징했다.



종려나무는 어지간해서 죽지 않는다. 그러나 가지의 중앙 상층부에 하늘을 향해 직선으로 뻗어있는 가지를 꺾어 버리면 한순간에 죽고 만다. 그곳은 일종의 생장점 역할을 하는데, ‘키파 트마림’이라고 부른다. 트마림(타마르)은 종려나무를 뜻하고, 키파는 가장 높은 계층을 말한다. 즉, 성도가 믿음으로 살지 않으면 곧 죽어버린다는 의미이다. 유대인들이 머리에 키파를 쓰는 것도 종려나무에서 유래된 것이다.



영적인 상징이 큰 종려나무는 의인을 닮았다. 몸통은 하늘을 향해 30m까지 높이 자라고, 줄기는 속이 꽉 차 있다. 세파에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을 향해 의연하게 살아가는 의인을 상징하는 듯하다. 사막과 같은 세상에 종려나무를 닮은 의인이 필요하다. 의인은 하나님을 믿는 믿음 안에서 하나님의 뜻에 따라 순종하는 하나님 백성들이다.



무엇보다 종려나무가 지속적으로 번성하는 이유는 뿌리가 ‘여호와의 집’에 내렸기 때문이다. 종려나무가 더욱 아름답게 돋보이는 것은 자라는 곳이 삭막한 광야이기 때문이다. 종려나무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번성하는 이유는 그 뿌리가 오아시스, 샘물에 깊이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호와의 집’은 오아시스이다.



성경은 성전 뜰에 깊게 뿌리내리고 자라서 늙어도 진액이 풍부하고 흥왕하는 종려나무를 의인에 상징했다. “의인은 종려나무같이 번성하며 레바논의 백향목같이 성장하리로다. 이는 여호와의 집에 심겼음이여 우리 하나님의 뜰 안에서 번성하리로다. 그는 늙어도 여전히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하니 여호와의 정직하심과 나의 바위 되심과 그에게는 불의가 없음이 선포되리로다.”(시 9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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