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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한국적인 예배문화 만들어 후대에 물려줘야” - 우리 문화 담은 예배 창달 힘쓰는 문성모 강남제일교회 목사
  • 기사등록 2020-08-20 08: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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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모 강남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13일 서울 강남제일교회 목양실에서 두루마기 가운을 입고 한국적 예배문화를 설명하고 있다.

문성모(66) 강남제일교회 목사는 평범치 않은 목회 경력의 소유자다. 음대 교수를 꿈꾸며 서울대에서 국악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신학생이 됐다. 장로회신학대(총장 임성빈)에서 신학을 공부한 후 1983년 목사 안수를 받았지만, 교회에서의 목회는 이제 10년 차다. 대전신학대 교수와 총장, 서울장신대 총장 등을 거치며 강단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강남제일교회에는 5년 전 부임했다.



늦깎이 목회지만 문 목사의 목회 철학은 명확했다. 그는 한국적 예배문화를 만들어 후대에 물려주겠다는 사명을 실천하기 위해 힘쓴다. 두루마기로 된 목사 가운을 입고 우리만의 예배문화를 논하는 문 목사의 목소리엔 확신이 묻어났다. 그는 “복음은 변할 수 없는 하나뿐인 진리지만, 그 복음에 대한 응답으로서 문화는 민족과 시대를 닮아야 한다”고 말한다. 문 목사를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교회에서 만났다.



한옥의 격자 창살 문양 십자가, 뒤주를 본떠 만든 강대상, 도자기로 만든 성만찬 그릇 등 강남제일교회의 예배당에선 한국적인 분위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교회 로고도 격자 창살 문양의 십자가를 파랑 노랑 빨강의 삼색 태극 문양이 둘러싸는 형태다. 다목적실인 예음홀에는 장구가 쌓여있고, 도서관 등 교회 공간 곳곳에서 전통문화를 품은 장식품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적 색채를 담은 성물은 문 목사가 총장으로 있던 두 대학 예배당에도 있다. 문 목사는 “목사가 된 후 어떻게 하면 우리의 문화를 담은 예배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예배당도 그중 하나”라며 “현장에서 하나씩 만들어온 결과물이 지금의 강남제일교회 예배당”이라고 설명했다.



외관에만 한국적 색깔을 담은 건 아니다. 문 목사는 부활절 성탄절 등 주요 절기 외에 우리 역사에 맞는 절기도 만들어 챙긴다. 대표적인 게 6·25 한국전쟁과 8·15 광복절 기념 예배다. 문 목사는 이때 성도들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함께 예배하는 시간을 갖는다.



문 목사는 우리의 것이 부족한 예배문화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찬송가도 그중 하나다. 그는 “미국과 캐나다에선 아리랑이 찬송가로 불리는데 정작 우리 찬송가엔 실려있지 않다. 오히려 외국의 것을 역으로 수입해 부르는 현실”이라며 “국악 찬송가까진 아니더라도 우리 장단과 가락이 담긴 찬송가를 만들어 부르는 일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문 목사는 직접 우리 가락을 담은 찬송가를 300곡 이상 작곡해 발표했다.



국악을 전공한 그가 목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건 우연한 목회 경험에서다. 음대 재학 시절 성가대 지휘를 하던 서울 숭덕교회 담임목사가 세상을 떠났다. 교회 장로들은 그에게 임시로 수요예배 인도를 부탁했다. 목회 경험이 없었지만, 문 목사는 성도들과 대화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요예배를 이끌었다. 이 방식이 알려지면서 수요예배가 부흥했고 참석 성도 수가 주일 예배 참석 성도 수와 비슷해졌다.



그는 “자연스레 신학을 권유받고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장신대에 합격했는데, 그제야 아버지가 24년간 아들이 목사가 되길 바라며 기도해왔다는 사실을 알려주셨다”며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라 여기고 목회의 길을 걷게 됐다”고 말했다.



신대원을 졸업한 후 청빙 제안을 받았지만,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10년간 예배학과 교회음악을 공부하고 돌아와 목회 자리를 알아보던 그에게 강단에 설 기회가 먼저 왔다. 대전신대 교수를 하던 중 청빙 제안을 받아 광주제일교회에서 5년간 목회했지만, 다시 학교로 돌아와 14년간 총장을 지냈다.



다양한 경험을 거쳐 문 목사는 그의 목회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게 될 강남제일교회로 왔다. 문 목사는 사택을 팔고 매년 사례비의 4분의 1을 반납해가며 교회의 부채를 줄여나가는 중이다. 문 목사는 “목회 한 길만 걸은 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더 유연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문 목사는 은퇴까지 남은 4년간 한국적인 예배문화를 널리 전하기 위해 헌신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시편에 음을 붙인 시편가를 비롯해 평생 우리 색깔을 담은 찬송가 1000곡을 발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한국교회 역사에 남길 위대한 인물을 발굴하고 세워나간다는 포부도 다졌다. 문 목사는 “후대에 남겨지는 건 한국교회 성도가 몇 명이었는지, 교회가 얼마나 컸는지가 아니라 한국교회가 어떤 문화를 남겼는가 하는 것”이라며 “후대에 물려줄 문화를 남기겠다는 사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한옥의 격자 창살 문양으로 만든 십자가와 뒤주를 본떠 만든 강대상 등이 있는 예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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