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이스라엘 성전산 통곡의 벽 터널 인근에서 로마식 공공 건축물 일부가 발굴됐다. 당시 예루살렘 유대인들의 생활상을 알려주는 단초가 될 전망이다.
이스라엘관광청은 14일 “발굴된 건축물은 성전산으로 이어진 길 위에 위치했던 BC 20~30년대 건물로, 예루살렘의 성전산 외부에서 발견된 제2 성전 시대의 가장 웅장한 공공 건축물 중 하나”라며 “당시 주요 고위 인사들이 성전 부지 및 성전산 입장 전에 접견했던 시의회 건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발굴 현장은 다음 달 초부터 예루살렘 통곡의 벽 터널 내 새로운 경로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건축물은 호화로운 고대 로마의 전형적인 화려한 양식에 따라 장식됐으며, 응접실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측되는 정교한 분수가 있는 두 개의 화려하고 웅장한 방과 거대한 석판, 식사 장소로도 쓰였을 객실 내부의 리클라인 형태의 나무 안락의자 소파 흔적이 발견됐다. 또 제2 성전 시대 후기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세 개의 분리된 방 중 하나에는 예배 의식을 위한 계단식 침례탕도 설치돼 있다.
이 건축물은 과거 성전의 변천사를 비롯해 하스모니아 시대와 로마 시대 사이의 예루살렘 유대인 생활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고 관광청은 전했다.
제2 성전시대란 솔로몬 왕이 세운 제 1성전이 파괴된 이후 바벨론 포로 귀환 후 스룹바벨과 예수아 등이 중심이 되어 성전을 재건했는데 이때부터 제2 성전시대로 칭한다. 서기 64년 헤롯대왕이 중건한 제3성전 시대 이전까지를 가리킨다.
통곡의 벽 유산 재단과 이스라엘 문화재관리국(IAA)은 통곡의 벽 터널과 성전산 주변 지역의 지속적인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 제1차, 2차 성전시대의 예루살렘 도시 및 과거 성전의 흔적을 찾아왔다.
서울장신대 강후구(성서고고학) 교수는 “지금까지 연구된 것을 바탕으로 예수님 시대의 예루살렘에 관한 조감도를 살펴보면 성전 서쪽에 그려진 모습과 다른 새로운 것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유대 역사가인 요세푸스가 이 지역에 놀라운 공공건물이 있다고 했는데 그것이 확인돼 신약시대의 예루살렘 모습이 더 명확히 알려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이번 발굴의 더 큰 의미는 성전 가까운 곳에 로마식 건축물이 있었고 그것이 트리클리눔, 즉 당시 고위층 인사들의 연회나 접대를 위한 공간이었다는 점은 헤롯 가문이 유대인들을 위한 성전을 공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정치적인 관계를 위해 로마 고위층 인사들을 위한 건물을 성전 가까이에 건설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통곡의 벽 서쪽 지역은 이전에도 성지 순례객들에 개방됐었다. 이스라엘관광청 조정윤 소장은 “이스라엘의 성전 변천사 및 시대상 등 성서 시대에 대한 깊은 이해에 도움이 될, 제2 성전시대 건축물의 발굴은 의미가 크다”며 “어서 국내외 코로나 상황이 전정돼 직접 방문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