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한기채 목사(중앙교회)가 제24대 서울신대 이사장으로 선출되었다. 향후 4년간 서울신대를 이끌게 된 한기채 목사를 만나 앞으로의 이사회 운영과 학교 발전을 위한 계획들을 들어보았다.
교수로 몸담았던 모교 이사장이 되셨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신대 교수로 봉직했고, 2004년 3월에 중앙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후 21년 만에 서울신대 이사장이 되었다.
학교를 떠날 때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하나님께서 마지막으로 학교를 섬길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한다. 이사장 임기를 마치면 몇 개월 후 목회에서도 은퇴하는데 학교와 교회를 위해 마지막으로 섬기고 사역을 마무리할 것 같아 감사하다.

신년하례회에서 교직원들에게 세배를 하셨다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올해 신년하례회에서 교직원들에게 세배를 했더니 모두 놀라더라. 세배 후 세뱃돈을 받는 대신 두 가지를 요청했다. 하나는 학교 브랜드 가치를 높여 달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에즈베리 부흥운동 같은 부흥의 진원지가 되게 해 달라는 것이다.
학교 정관을 보니 징계위원회는 있는데 포상위원회는 없더라. 나는 징계보다는 많은 분들을 포상하고 싶다. 학교의 명예를 높인 분들을 시상할 계획이다. 학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학생 모집에 유리하고, 학교를 후원하는 분들에게 보람을 드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언론 홍보도 중요하지만, 교직원과 학생, 졸업생들의 활동도 주목할 것이다. 114년 서울신학대학교 역사에서 세상을 밝힌 졸업생 100인을 발굴해서 이들의 활동을 알리는 일도 하고 싶다.
그리고 2023년 에즈베리대학에서 일어난 부흥운동처럼 서울신대에서도 학생들의 자발적인 활동으로 부흥운동이 일어나길 바란다. 부흥은 성령님의 역사이지만 교직원들이 먼저 중보하고 영적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가능하다고 본다.
이사장으로서 기대하는 서울신대의 모습은 무엇인가?
지속가능한 강소대학이 되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서 일반대학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강한 강점을 지닌 대학이 되어야 한다. 특히 서울신대가 앞으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성화가 필요한데 나는 이것을 선교지향적 대학으로 본다. 신학과를 중심으로 교단과 교계를 이끌어 갈 탁월한 목회자를 양성해 배출하고 일반학과 학생들을 기독교적 세계관과 가치관을 지닌 각 분야의 지도자로 세우는 일이다.
우리 학교에 비신자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나는 이들을 하나님이 보내 주신 예비 신자로 본다. 다음세대의 기독인 비율이 낮아지는 시대에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 예수님을 영접하고 변화되거나 최소한 성경적 가치관으로 무장된 일꾼들을 학교에서 양성한다면 교회는 물론이고 교육과 보육, 경영, 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인재가 되리라 고 기대한다.
좋은 교수를 임용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각 분야의 탁월한 교수를 선발하는 일도 이사회의 역할이다. 최근 교수 면접에서 후보자들에게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이고 건강한 영성과 교단과 기독교인의 정체성도 당부했다. 특히 우리 학교가 지향하는 전인적 돌봄 교육을 위해서는 교수들의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 학생들이 전공과목을 공부하지만 이와 함께 인격과 신앙도 건강하게 자라야 한다. 능력있는 사람을 배출하는 것만이 아니라 온전한 그리스도인으로 세우기 위한 교수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교수 임용은 4차례에 걸쳐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와 더불어, 후보자의 인격, 신앙, 교육 철학 등을 점검한다. 교수 임용 절차는 학교에서 학문적인 소양과 교수법, 연구 실적을 중심으로 선발을 하고 이사회는 면접을 거쳐 최종 결정을 하게 되는데, 채용 과정이 원칙에 따라 진행되었는지를 감독하고 학교에 꼭 필요한 분을 선발한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발전기금 확보도 필요하지 않은가.
명예이사와 석좌교수 제도를 활용할 계획이다. 발전기금 일부를 감당할 분을 명예이사로 모실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 그리고 기금을 제공해 주는 분의 이름으로 석좌교수를 모시려고 한다. 탁월한 학자를 석좌교수로 모셔서 학업에도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다. 교회와 교단의 후원 외에 기업들의 후원을 유치하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감사하게도 최근 중앙교회가 이사장 재임 기간 매년 1억씩 4억원을 약정했다. 지금까지 중앙교회는 길보른 생활관 리모델링을 위해 7억원 등 11억원 이상을 기부했고, 전액장학생 운동 본부 장학생 6명도 후원하고 있다. 서울신대는 교단이 법인이기 때문에 법인 전입금을 책임져야 하는데, 감사하게도 총회에서 매년 1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그래도 전입금이 매년 1억원 정도 부족한 실정이다. 중앙교회를 이어서 다른 이사와 교회들도 동참하리라고 생각한다.
교단의 유일한 대학인 서울신대 후원에 전 성결인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 후원자의 폭을 넓혀서 소액 후원자를 늘리고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부도 요청할 생각이다. 가장 먼저 3만명의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후원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미국 대학교의 경우에는 매년 모든 졸업생들에게 후원을 요청한다. 전년 대비 증액하거나 유지하는 졸업생도 있다. 중요한 것은 모교를 기억하고 후원, 기도한다는 것이다. 졸업생 3만명이 매월 1만원씩만 동참해도 3억원이다. 또 성결인들을 대상으로 서울신학대학교 사랑카드 등 평소 사용하는 주유소 마일리지를 학교 후원금으로 적립하는 방법도 찾고 있다. 매년 진행 중인 서울신대 주일도 적극 활용할 방안이다.
유신진화론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신진화론은 창조론에서도 온전하지 못하고, 진화론에서도 온전하지 못하다. 우리가 믿는 창조론이 왜 중요한가? 창조론은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아담의 원죄와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구원관 등 성경적 세계관과 가치관을 드러낸다.
반면에 진화론은 인간과 우주를 우연의 산물로 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하나님을 부인하는 무신론으로 가게 된다. 유신진화론은 유물론과 공산주의 사상, 그리고 세속주의에 함몰될 수 있는 세계관으로 귀결된다. 이번 기회에 유신진화론은 교단이나 학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교회가 신학교를 세우듯이 신학교는 교회를 위한 신학을 해야 한다. 더구나 교단 신학은 교단의 정체성과 함께 해야 한다. 우리 교단은 시작부터 영혼 구원을 위한 전도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교리적으로 복음적인 입장에서 열린 태도였지만 앞으로는 교리적인 부분도 잘 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제가 제114년차 총회장 재임 때 『신앙고백서 및 교리문답서』를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교단의 신학은 정립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서울신대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서울신대가 오늘날 변하고 있는 목회 상황에 적합한 신학을 제공하며, 신학이 있는 목회, 목회를 위한 신학을 위한 신학 발전소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신대원 지원생이 줄고 있는데 대책이 있다면.
학교는 현장 목회를 위한 예비 목회자를 양성하고, 교회는 학교를 지원해야 한다. 이사회는 교단과 학교와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현장 목회에 필요한 신학을 공부하고, 교회에서는 건강한 신학에 바탕을 둔 목회가 이뤄져야 한다. 서울신대(경성성서학원)는 1911년 중앙교회에서 성경공부반으로 시작했다. 신학을 논하기 전에 먼저 성경을 열심히 읽고 배우고 가르치는 일부터 시작했다. 동경성서학원도 성경을 잘 가르치는 학교였다. 서울신대가 성경을 제일 잘 가르치고, 성경에 기반하여 목회자와 지도자를 길러내는 정신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내가 총회장 때 지금은 인재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신대원에 매 학년 30명, 총 90명의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700만원)을 주면서특별한 경건 훈련과 학업에 전념하게 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기용 초대 단장 등 많은 분들의 협력으로 교단의 인재 유출을 막고, 타교단에서도 많은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여 다른 교단에서도 부러워할 만한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일은 계속 확대되어야 한다.
또 전액장학금 장학생을 선발할 때 각 사역에 필요한 인원을 배정하면 일반 목회뿐 아니라 해외 선교사나 농촌목회, 군선교사, 기관사역 등 다양한 분야의 일꾼을 준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성연 소속 대학간 학사 과정 협력, 온라인 강의 등으로 저변을 넓힐 수도 있다
교단과 대학 구성원들에게 하실 말씀은?
매년 학교에 대한 애정어린 지원과 기도에 감사드린다. 성결인들의 기도와 지원 덕분에 서울신대가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더 당부하고 싶은 것은 먼 미래를 보며 기독 인재를 키우자는 것이다.
학교는 미래의 모판이다. 사람을 세우고 키우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지금 서울신대의 모습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후 교단의 모습이다. 교회에서도 중요하고 급한 일이 많겠지만 미래를 위해 씨앗을 뿌린다는 마음으로 서울신대 후원에 많은 성결인들이 동참해주시길 바란다.
전임 이사장과 이사들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이분들의 헌신을 기억하고 잘 이어받아 학교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 학교 구성원들에게는 우리가 교단에 사랑의 빚을 지고 있음을 기억하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성결인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마음을 늘 품고 대한민국과 하나님 나라에 더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한국성결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