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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한기총-한교연 통합 늦출 수 없다. - 갈라진 한국교회… 신뢰, 은혜 모두 잃었다.
  • 기사등록 2016-08-01 15: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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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한국교회 분열이 빚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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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통합 왜 어려운가
<하> 하나 되는 한국교회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1989년 출범 후 한국교회의 대표적 연합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신학이나 참여교단 면에서 한기총보다 대표성이 부족했다. 한기총은 그러나 2011년 대표회장 금권선거 논란으로 갈등을 빚기 시작한 뒤 파행을 거듭하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분열되고 말았다. 이후 한국교회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은 급속도로 저하됐다. 안티 기독교, 이단·사이비, 통일 대비, 목회자 수급, 신학대 구조조정 등 개교회나 교단 차원에서 해결하기 힘든 난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왜 분열됐나=한교연과 분열에 앞서 한기총이 보여준 파행은 일부 인사들이 교권과 금권을 놓고 다투는 교회정치의 폐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발단은 2011년 불거진 한기총 대표회장 금권선거 논란이었다. 그해 1월 정기총회를 전후해 대표회장 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됐다. 이광선 전 대표회장은 차기 대표회장 당선자인 길자연 목사가 금권 선거를 했다고 폭로했다. 길 목사 반대 측은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길 목사의 대표회장 직무를 정지시켰다.

한기총 회원교단들은 사태 해결을 위해 같은 해 7월7일 특별총회를 열어 이른바 ‘7·7 개혁정관’을 통과시켰다. 길 목사의 대표회장 재인준과 1년 단임제, 교단별 후보 순번제 등이 새 정관의 골자였고 8월 29일 길 목사는 대표회장에 복귀했다.

한기총은 그러나 10월28일 실행위원회를 열어 개혁정관을 폐기해 버렸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등 20여 교단은 개혁정관의 복원을 요구하며 12월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 교단은 이듬해 2월 길 목사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홍재철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에 선출되자 잇따라 한기총을 탈퇴했고 3월에 한교연을 설립했다.

백남선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하나님의 교회를 세워야 할 사람들이 교권과 금권으로 사분오열됐다”며 “이 추한 모습 때문에 전도의 문이 크게 닫혔다”고 개탄했다.

◇한국교회의 영향력 급락=한국교회 대표적 연합기관의 분열로 연합사업의 규모는 대폭 축소됐다. 2006∼2011년 한기총은 NCCK와 함께 명실공히 한국교회가 하나 된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렸다. NCCK까지 아우를 수 있는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참가인원도 수만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분열 후에는 각 기관이 행사를 각각 주최하면서 대성회가 아닌 소성회로 전락했다.

손인웅 서울 덕수교회 원로목사는 “한국교회의 일치 운동이 거론될 때만해도 그나마 희망을 가졌었는데 분열이 되면서 모든 교인들이 절망에 빠졌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의 현안인 신천지와 하나님의교회 등 이단·사이비 창궐, 동성애 옹호·조장, 이슬람 유입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 특히 신천지 집단이 전국적으로 주요 교회와 방송사, 연합기관에서 시위를 벌이며 한국교회를 비방하고 공격하는 것은 통합 한기총이 있을 때라면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서울지하철 봉은사역 문제 등 일부 사안별로 공동기자회견을 갖는 등 행보를 같이 하기도 했지만 동력은 미약했다.

◇정치권·언론 등에서도 홀대=정부 주요 인사들은 종교기관을 예방할 때마다 개신교의 경우 어디부터 먼저 가야하는지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다. 순서가 뒤로 밀린 곳에서 항의할까 두려워 방문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분열 전에는 한기총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가 한국교회의 주요 행사로 인정받아 정부지원금을 받았지만 지금은 어렵다. 한기총의 한 실무자는 “한기총과 한교연이 같은 시기에 비슷한 성격의 행사를 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 두곳 다 지원할 수 없어 모두 지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언론사도 부활절이나 성탄절에 가톨릭 성당의 미사 모습은 보도하면서도 한국교회는 아예 보도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개신교에 부정적인 뉴스는 크게 보도하고 긍정적인 뉴스는 축소하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는 사례도 빈번하다.

변창배 예장통합 기획국장은 “한국교회의 대표기관 부재로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목소리를 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내적으로도 한국교회의 한목소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열은 하나님의 뜻 아냐=성경은 우리에게 ‘하나가 되라’(삿 20:8∼11, 요 17:11, 22∼23, 에 1:7∼10 등)고 말씀하신다. 교회는 주님의 몸이요, 하나님 백성의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기총과 한교연의 분열은 주님의 몸을 찢은 것,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4년 넘게 분열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나는 옳고 상대방은 틀리다’는 아집, 교권주의, 기득권에 대한 집착의 탓이 크다.

오정호 미래목회포럼 이사장은 “두 기관은 이제 한국교회의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신뢰도 잃어 한국교회 안에서 실리를 얻기도 어렵다”며 “이제는 진실로 한국교회의 회복을 원하는 분들을 중심으로 해서 통합을 추진해야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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