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가 ‘제2의 종교개혁’을 진정으로 이루려면 ‘기억과 반성’ 곧 한국기독교 역사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는 그 역사적 과오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기독교회관에서의 '기억과 반성' 심포지엄 모습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특별위원회(위원장 김철환 목사)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미래를 향한 첫걸음-기억과 반성’이라는 주제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서 발제자로 나선 백종국 교수(경상대)와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연구실장)는 한국교회가 역사적으로 반성해야 할 행적으로 ‘정교유착’ 및 ‘자본주의적ㆍ대형교회적 신앙양식'을 각각 지적했다.
‘예루살렘의 바벨론화-한국 기독교 정교유착 사례 연구’라는 베목으로 발제한 백종국 교수는 종교개혁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행해 온 ‘정교유착’ 행위를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교유착 행위란 종교의 정치참여 행위 중 복음전파를 수단으로 특정한 개인 혹은 조직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국가권력과 협력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백 교수는 한국교회의 정경유착사례로 △미군정기의 ‘적산불하’ △이승만 정부하의 ‘서북청년단 사건’, ‘부정선거 지원’ △박정희 정부하의 ‘쿠데타지지’, ‘대통령조찬기도회’, ‘(최태민의)대한구국선교단 사건‘ △박정희 정부 이후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결성‘, ’친미 시청광장 집회‘, ’기독교 뉴라이트 운동‘ 등을 꼽았다.
백 교수는 “한국교회는 이러한 정교유착의 반대급부로 적산불하, 각종 면세 혜택, 종교단체 회관 건립 지원, 일요일 공휴제 도입, 형목제도 허용, 성탄절 공휴일 도입, 기독교대학 설립 허가, 기독교 방송사 허가 등 엄격한 정교분리의 국가에서라면 얻기 어려운 혜택을 누려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백 교수는 “한국사람 대부분이 정교유착으로 인식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한 적대감을 보이고 있으나, 막상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인식이 약하다고 한다”면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이러한 점에서 반성해야 할 점과 보완해야 할 점을 정리하고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는 범교회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자본주의와 대형교회적 신앙양식 비판’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김진호 목사는 해방 이후 한국교회를 이끌어온 자본주의적ㆍ대형교회적 신앙양식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는 1960-1990년경까지는 여의도순복음교회로 대표되는 ‘성공지상주의’ 신앙양식에 의해서, 1990년대 이후에는 서울 강남권의 후발 대형교회들로 대표되는 ‘웰빙보수주의’ 신앙양식에 의해 이끌어져 왔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김 목사는 “성공지상주의 신앙양식은 훨씬 더 많은 성공하지 못한 신자들이 그 원인을 자신의 약한 신앙심 탓으로 돌림으로써 실패에 대한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인식이 더디게 했고, 웰빙보수주의 신앙양식은 중하위계층에 대한 성찰을 어렵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웨빙진보의 신앙의 자리로 나아갈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즉 웰빙의 신앙이 현상유지의 미학을 추구하는 보수주와 결합하는 것이 아닌, 양극화에 대한 구조적 변화의 미학을 추구하는 진보주의와 결합하는 양식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