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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독교, 어떻게 연결돼 있나 - 우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홍종락 옮김/복 있는 사람
  • 기사등록 2017-08-31 01: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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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만이 자연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과학적 제국주의'가 흔들리면서 우주와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방식의 기독교적 논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알리스터 맥그래스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교수는 "과학과 기독교는 서로 충돌하지 않으며 연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창조과학회 이사 이력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사회에서 기독교인이 처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면서, 사사건건 기독교인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번엔 우리를 코너로 몰아넣고 ‘과학과 신앙의 양립이 가능한가’라고 따져 묻고 있다.

교회 안에서만 통하는 언어가 아니라 세상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과연 누가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을까. ‘과학과 종교’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 알리스터 맥그래스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교수라면 어떨까. 그는 무신론을 믿던 분자생물학자에서 신앙의 영역으로 걸어 들어온 신학자다. 2007년 ‘만들어진 신’을 출간한 리처드 도킨스를 향해 ‘도킨스의 망상’을 내고, 과학이 반드시 무신론과 연결되지 않는다고 반박해 주목받았다.

이 책은 그가 2015년 내놓은 ‘Inventing the Universe’의 번역서다. 포괄적으로 종교와 과학의 관계를 살펴보고, 그 둘의 공존을 논한다. 먼저 그는 자신의 회심 과정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1960년대 후반, 그는 ‘과학은 신의 부재를 입증했고, 그런 과학이 입증할 수 있는 것만 믿을 생각을 가진’ 과학도였다. 하지만 1970년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하면서 그런 세계관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유일한 진짜 지식은 경험적 증거에 근거한 과학적 지식’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무신론자로 살 때보다 신앙을 가질 때 훨씬 더 풍부하게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을 학문적 연구 결과로 뒷받침해 나간다. 먼저 종교와 과학을 대결 구도로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를 제기한다. “과학과 종교 간 ‘갈등의 서사’는 본질적으로 특정 사회집단의 필요와 의제에 맞게 발명된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대사회에 이런 시각이 팽배한 이유는 신(新)무신론자들이 만들어낸 프레임에 갇혔기 때문이다.

그는 경험과학의 실체를 인정하되, 한계 또한 명백하게 긋는다. 그에게 과학은 ‘종교적으로 무신론적이지도 유신론적이지도 않고 정치적으로 진보적이지도 보수적이지도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학만이 자연을 총체적으로 알 수 있다는 과학적 제국주의는 문제다. 실제로 2000년 역사를 통해 절대불변이라 믿었던 과학적 진리들이 깨져 나가는 경험을 인류는 수차례 반복했기 때문이다. 가령 불과 100년 전까지 인류는 ‘우주가 언제나 존재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20세기 초 에드윈 허블이 은하계 너머 다른 항성계가 있음을 관측하고 우주의 팽창이론이 등장하며 대혼란이 시작됐다. 1965년 우주의 팽창을 입증하는 우주배경복사선이 확인된 뒤 우주가 하나의 특이한 사건으로 생겨났다는 ‘빅뱅 이론’은 이제 과학계 안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그는 “기독교의 창조 서사와 우주의 기원에 대한 과학의 서사는 동일하지 않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학계를 향해 경고하는 동시에 기독교인들이 신앙을 앞세워 과학을 부정하려는 행위 또한 경계한다. “일부 그리스도인은 세계의 나이가 6000년에 불과하다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오래전에 잘못된 것으로 드러난 일련의 의문스러운 가정들에 의거해 (성경) 본문에 없는 것을 집어넣어 읽는 수치임이 분명하다.”(119쪽) 오늘날 미국과 한국에서 유독 활발하게 활동하는 창조과학자 중 일부가 주장하는 젊은 지구론에 대한 정면 비판인 셈이다.

과학과 종교가 충돌하지 않는다는 그의 입장은, 한편으로는 과학과 종교를 분리해 놓고 저마다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그런 지적을 의식한 듯, 그는 책 말미에 집필 목적을 이렇게 적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과학과 기독교가 어떻게 서로 엮이고 연결되어 아름답고 복잡한 우리 세계를 묘사하고, 그 안에서 의미 있게 살기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풍부한 색상의 팔레트를 제공하는지 탐구하는 것이다.”(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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